이직할 때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것들
네고 가능하세요?
중고나라 카페가 아니었다. 당근마켓 어플 속의 채팅창도 아니었다. 나는 분명히 내가 입사할 회사의 인사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최종 합격 소식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잠시 들떠버린 찰나에 담당자는 노련하게 빈 공간을 훅 치고 들어왔다. hoxy..연봉을 네고 가능하시냐고.
나는 입사할 회사의 규모에 비추어 인사팀의 품위(?)를 과대평가했고, 그렇게 예상치 못한 한방을 먹었다. 그들은 이미 여러 번 이직자를 상대해보며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은 듯했다. 기존의 연봉이 회사의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편이라며 예상보다 낮은 연봉을 제안했고, 다음 단계는 복지와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후에 알게 됐다. 직급 또는 연차에 따른 일정한 연봉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가이드라인의 5% 이상, 10% 이상, 15% 이상 등 각 구간의 기준 연봉을 초과하는 인재를 꼭 채용하고 싶다면 상위 결재권자가 한 명씩 늘어난다는 것을.(물론 회사마다 기준은 다를 수 있다.)
평범한 회사에서 대표이사 보고까지 하면서 데려오는 핵심인재가 얼마나 있을까? 나영석 PD를 채용하려는 신규 방송국의 인사 담당자, BTS를 영입하려는 SM 또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면 말이다.
결국 어느 정도의 타협점에서 당신을 채용하려는 인사 담당자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맞게 협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우리 역시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경력직 이직 시 적정한 연봉 상승률은 얼마일까? 평생직장도 없고, 타 직무 대비 더 빈번하게 이직하는 특수한 직무도 분명 있지만 납득할만한 이직 사유를 들어가며 매력적으로 자신을 셀링 할 수 있는 이직 타이밍을 나는 4~5번으로 본다.
자연히 직장인에게 연봉 협상은 매우 희소한 경험이며, 스스로 연봉 상승의 기준을 정해두지 않으면 새로운 기회가 오히려 무덤으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보통 근무환경의 변화, 리스크를 감안하면 최소 5%에서 10% 상승은 필요하다고들 이야기하며, 나 역시 이에 동의하는 편이다.
여러 개의 카드 중 몇 번을 잘못 사용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 또한 새로 이직한 곳에서 인정받고, 성과를 거두며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게 되기도 한다. 다만 두 번 실수는 하지 말자라는 다짐으로, 또 누군가는 나와 같은 아쉬움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며 연봉 이외에도 이직 시 미리 고려하면 좋을 것들에 대해 정리해봤다.
"영끌 연봉으로 위안 삼지 말라!"는 말은 진리와 같다. 영끌 연봉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거품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졌을 때, 한해의 인센티브는 1,2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깎일 수도 있다. 그때 직원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없다. 그저 순순히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즉, 회사의 현금성 복지 포인트, 연차 수당, 기타 수당, 성과급 등 회사 제도에 따라 혹은 경영환경에 따라 쉽게 변동되는 항목들은 자신이 고려하는 목표 연봉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어지간한 경영난이 아니라면 기본급을 깎는 회사는 없다. 가장 중요한 기준점은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받는 기본급보다 몇 %가 상승하는 지다. 성과급은 세금 역시 많이 뗀다. 겉모습은 화려하나 막상 살수율이 낮은 킹크랩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결국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이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초우량기업이 아니라면 가장 먼저 기본급을 따진 후에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성 복지 > 연차수당 > 성과급 등으로 가중치를 둬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름난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으면 껍데기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연봉이나 역할 등이 다소 맘에 들지 않더라도 화려한 간판만 보고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허나 회사라는 이름은 껍데기일 뿐이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퍼스널 브랜딩 시대에 회사와 직급이라는 계급장을 떼고도 내 경력에 경쟁력을 더해줄 수 있는 곳이 맞는지를 먼저 고려해봐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의 연차와 비슷한 경력을 요구하는 채용공고들을 살펴보며, 그 안에서 요구하는 역할과 경험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평가해보는 것이다.
만약 요구사항보다 부족하다면 기존에 못해본 역할과 업무들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고, 역할과 업무의 확장성이 높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좋다. 연봉만을 최우선으로 한 결정이 때론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껍데기와 알맹이를 함께 균형 잡힌 시각으로 봐야 한다.
대개 이직을 하면서 레퍼런스 체크를 요구받는다. 보통 3명 정도 기재하도록 요청받는데, 누구를 기재할지 평소에 고민해둘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감이다. 구체적으로 가이드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인데, 순진하게 함께 일해본 동기나 동료들만 적는다면 하수다. 적어도 함께 일해본 동료, 후배, 선배 등 자신을 평가하는데 객관성을 보일 수 있도록 골고루 적어두는 것이 더 좋다.
상대방 입장에서 떠올려보자. 그들은 새로 채용한 경력직 입사자가 상사와 후배와 함께 일을 잘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레퍼런스 체크를 위한 이름에 동료들만 적혀있다면? 다소 제한적인 정보 때문에 재기재를 요청받을 수도 있고, 레퍼런스 체크를 진행하더라도 그 결과는 100%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레퍼런스 체크 역시 자신의 채용 타당성을 플러스 알파해줄 수 있는 찬스 카드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후에 이직을 고려하고 있더라도 ‘여기 떠나면 그만이지.’라는 마음과 태도가 위험한 이유다. 따라서 현 직장에서 평판 관리와 사람과의 관계는 항상 잘해나가야 한다.
내가 답변했던 이직 사유 중 가장 확실하게 먹혔던 이유는 '회사의 경영난'이었다.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고, 오히려 웃으면서 위로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 놓여 필살기를 쓸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연봉도 올리고, 좋은 회사를 다니고 싶어 이직을 한다. 하지만 채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기대하는 대답은 아무래도 확실한 커리어 목표와 우리 회사에 대한 관심이다.
앞으로 나의 꿈, 나아갈 방향에 부합하는 직무와 회사의 방향성,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기대까지 포함하면 가장 좋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전 직장과 여태껏 커리어 상의 주요 업무들의 사례를 곁들여가며 소개할 때 면접관의 마음은 움직인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 IT회사로 이직하는 인사 담당자의 상황일 경우, IT산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경험들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혹시나 산업과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진 않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켜 버릴 수 있는 한방을 준비해야 한다.
'회사 내규에 따름'이라는 말은 신입사원 입사 지원 이후로 버려야 될 표현이다.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시장가치는 스스로 찾아봐야 하며, 잡플래닛/원티드 등 이제 자신의 직무의 적정 연봉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도 참으로 많다.
내가 잘 성장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방법 중 하나는 본인의 해당 경력, 연차에 맞는 채용공고를 보며,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험과 역할을 해본 적이 있는가로 판단하면 된다. 그 요구사항을 충분히 충족하고 +@의 장점이 더 있다면 과감하게 업계 평균 연봉보다 높은 연봉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봐도 좋다.
- 동시에 지원한(스카웃 제의가 온) 회사가 있습니까?
협상스킬 중 BATNA라는 전략이 있다. BATNA는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의 줄임말로, 이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즉, 누군가에게 동시에 오퍼를 받았거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인재는 자연히 협상력이 올라간다. 이런 인재에게는 설명했던 가이드라인을 초과하는 협상을 고려하게 되는데, 실장급까지 보고하면 됐던 연봉을 한 단계 상향해 본부장급까지 결재를 받을 수 있도록 올려놓는 것이다.
이직 시 한 곳에만 지원하지 말고, 여러 곳에 동시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협상력을 높여주기도 하고, 현재의 시장가치를 판단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직은 직장인의 커리어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현 직장의 업무 구조적인 문제나 조직 상황들을 벗어나 한 번에 모든 것을 다시 세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이직을 통해 커리어를 단계 단계 쌓아나가고, 자신만의 퍼스널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해가는 사람이 많다. 반면 준비되지 않은 우발적인 이직(막연한 상상과 기대 그리고 이어지는 실망)은 커리어를 무덤으로 내몰기도 한다. 결국 무엇엔가 쫓기듯 이직하는 환경보다 좀 더 여유를 두고 자신의 시장가치를 판단하며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직장생활 중 이직이라는 히든카드를 보다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