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모레비 Jul 29. 2021

중간보고, 내비게이션처럼 하라!

멀티 페르소나 팔로워십, 첫 번째 이야기




중간보고, 똑똑한 내비게이션처럼만!












당신은 내비게이션 구매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음 중 어떤 기능을 가진 내비게이션을 선택하시겠습니까?



A. '끝까지 한방에' 내비게이션

 - 최초에 목적지 입력 후 경로 수정 어려움

 - LTE 연결 X : USB를 꺼내 손수 업데이트 필요

 - 알림 기능 없음

 - 주행 중 화면 터치 시 일부 기능 오작동

 - 가격 : 5만원


B. '실시간 여러번에' 내비게이션

 - 최초 목적지 입력 후 경유지 추가 및 경로 수정 가능

 - LTE 연결 O : 교통상황 체크/빠른 길 제안, 새 도로 등 자동 업데이트

 - 경고 기능 : 과속 방지턱, 단속 카메라 등

 - 나의 운전 습관 점수 기록

 - 다른 시간 출발 시 도착시간 예측 기능

 - 가격 : 30만원


 내비게이션 조작 자체가 귀찮거나, 내비게이션이 없이 눈감고도 스스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B '실시간 여러번에' 내비게이션을 선택할 것이다. 노골적으로 두 제품의 성능에 극명한 차이를 두긴 했으나 선택의 주요 기준은 대동소이하다. 바로 ‘편리함’, ‘시간 절약’ 그리고 ‘리스크 관리’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중간보고를 언제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때 지금 내비게이션을 선택할 때의 판단 기준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중간보고 언제? 어떻게?




⊙ WHEN? :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만약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골목길이 등장할 때마다 A경로가 좋을지 B경로가 좋을지 선택해달라고 알림이 오면 어떨까? 이는 세심한 배려가 아닌 고통 혹은 성가심으로 느껴질 것이다. 또, 최초 설정된 경로에 사고가 발생했거나 심각한 정체가 발생했음에도 해당 경로만 고집하는 내비게이션과 함께 한다면 수많은 시간이 낭비된다.


 "팀장님 이것 좀 봐주시면 안돼요? 이것도 좀 봐주시면 안될까요?"


 중간 보고도 마찬가지다. 업무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의 모든 판단 과정에서 의사결정권자의 결정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실무자로서 전반적인 과정을 책임지되 완료 시간이 상당히 지연될만한 이슈나 경로가 완전히 변경되어야 할 때와 같이 의사결정권자의 알아차림과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다.


 반대로 운전자 입장에서 '나이스 타이밍'이라며 내비게이션의 존재가 고마울 때는 언제인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스쿨존, 단속 카메라를 큰 소리로 안내해 벌금을 피하게 해 주거나, 몇 미터 앞 과속 방지턱을 안내해 허리가 다치지 않도록 해주는 일이 아닐까?


 "팀장님, 담당 업무에 이슈가 있어 간단하게 보고 드리려고 합니다. 시간 괜찮으실까요?"


 중간 보고도 마찬가지다. 업무에 위험이 될만한 리스크를 적시에 보고하는 실무자를 나무랄 리더는 없다. (물론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담당자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리스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발생 상황을 보고 받는 것과 리스크를 미리 공유하고, 이에 함께 대응하며 보고를 받는 경우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처럼 내비게이션이 언제 적절하게 알림을 울려주는지 생각해본다면 회사에서 중간보고를 하는 적절한 타이밍은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① 갑작스러운 장애물이 등장해 일정 관리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때

 - 일정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한지 등 다양한 대안을 함께 모색함

 ② 최초에 합의된 예산, 일의 방법 등의 내용의 변화가 필요할 때

 - 일의 결과물은 비슷하겠으나 예산 초과, 환경의 변화 등 상황이 변해 상사의 의사결정이 필요함

 ③ 목적지까지의 도달률과 중간 상황 등을 가볍게 공유할 때

 - 상사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작은 아이디어들에 대한 반응을 파악함




⊙ HOW? :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는 내비게이션의 어떤 기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또 어떤 기능을 요긴하게 활용하는가? 선호하는 기능을 생각해보면 중간보고의 효과적인 방법 역시 쉽게 떠올릴 수 있다.


① 실시간 업데이트 및 안내


 순정 내비게이션이 시간이 지날수록 운전자의 외면을 받고, 결국 내비게이션 앱을 활용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실시간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이는 엄청난 차별화 포인트이자 경쟁 우위 요소다.


 리더는 팀원이 업무를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일일이 물어보자니 잔소리로 느껴질까봐 조심스럽다. 허나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업무 진척률과 퀄리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팀원이 이미 성을 지어왔는데 내가 원하던 건 이 모습이 아니었다고 부숴버리고 싶은 리더가 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본격적으로 시간을 쏟아 붓기 전 과정에서 중요한 관점을 함께 공유하고, 쌍방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 낼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00업무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요, 우선 A와 B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중간보고는 굳이 격식을 갖추기보다 비형식적으로, 구두보고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위와 같은 간단한 스몰토크는 리더에게 의사결정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나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침에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본인의 업무 상황과 아이디어들을 넌지시 공유하는 방법도 좋고, 정기적인 회의 시간을 활용하거나 회의 종료 후 간략하게 요약해서 이슈사항을 공유하는 것도 일센스다.


 리더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항상 업데이트를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사람인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되는 사람인가?


② '다른 시간 출발' 기능


 평소에 자주 가지 않았던 장소에서 중요한 약속이 생긴 적이 있다. 약속 장소가 시내 중심부고, 보통은 내 차를 운전해 이동하기에 혹시나 차가 막히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 순간 내비게이션 어플의 '다른 시간 출발' 기능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 기능을 활용해 적절한 출발 시간을 정했고,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해 리더의 관심사는 두 가지다. 첫째, 기한 내에 완성할 수 있는가? 둘째, 결과물의 수준이 충분히 만족할 한 수준일까? 납기는 생명이다라는 말은 공장 제조라인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측시간을 정확히 보고하고, 혹시라도 늦는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한다든지, 몇 가지 의사결정을 빠르게 받는다든지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타 부서와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리더에게 직접 참여해줄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미 기한을 지키지 못한 후 자세한 속사정을 이야기해봤자 핑계로 들릴 뿐이다.


③ 안전 운전 습관 점수


 내비게이션의 기능 중 안전 운전 습관 점수는 내가 차를 제대로 운행하고 있는지를 나타내 주면서, 잘만 관리해두면 보험료를 10%가량 인하해주기도 하는 꿀기능이다.


 실무자는 리더가 본인의 성과에 온전히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 오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무자는 리더와 일대일이라고 느끼지만 리더는 일대다로 다양한 실무자들의 연단 위 성과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실무자가 오늘 그리고 일주일간 무엇을 하는지보다 연간 성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숲을 보며 업무를 관리한다.


 중간보고는 단위 업무뿐만 아니라 연 단위 성과관리에도 적용되는 일이다. 나의 커리어를 위해서, 팀의 전반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연단 위 업무 진척률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수시로 파악하고,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매번 성과를 챙겨야 하는 팀원과 부족한 점을 수시로 공유하고, 요청하며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을 하는 팀원 중 누구에게 마음이 더 갈까?








중간보고, 내비게이션처럼 하라!


 직장생활에 있어 소통은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리더와 팀원 쌍방이 갈증을 가장 크게 느끼는 요소이기도하다. 일 잘하는 사람 치고, 소통을 꺼려하거나 폐쇄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어련히 아시겠거니’,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하면 할수록 손해다!’와 같은 생각은 내 몸과 마음을 잠깐 편하게 해 줄 수는 있으나 성과관리, 나의 커리어 관리에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다.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나의 작은 업무일지라도 결국 조직의 일이고, 우리 팀의 성과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썩어도 준치가 되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