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선배들의 공통점 3가지
페북 타임라인을 내리다 한 댓글에 시선이 머물렀다.
교수님 한분이 리더십과 관련된 글을 남겼는데, 조직 내 선후배의 바람직한 역할이라며 그의 페북 친구가 남긴 의견이었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의견만이 진리인양 가르치려고만 드는 선배들 그리고 밥값 못하는 고인물들에게 자극이 될만한 메시지였다. 후배 입장에서 보더라도 조직에서 연륜 있는 선배들이 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뜻이 좋아 음미하고, 노션에 메모를 남겨두는 중에 문득 욕심이 생겼다. 표현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조직에서 오래도록 일한 선배라고 모든 문제의 정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쿄올림픽에서 우상혁 선수를 포함해 참가한 모든 선수는 배면뛰기를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딕 포스베리라는 선수가 1968년 세상에 처음 선보인 기술이다. 그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배면뛰기는 표준이 아니었다고 한다. 신기술이 탄생하기 전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은 전속력으로 장대까지 도착한 후 앞으로 장대를 뛰어넘었다. 앞으로 뛰는 것보다 높이 뛰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절대적 표준일 것 같았던 높이뛰기의 방법이 변화하듯 조직이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도 영원불멸한 진리는 없다. 선배와 후배가 함께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오프라인으로만 진행해야 효과가 있을 것 같았던 교육이 코로나 시대에 ZOOM으로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변화가 극심한 세상에서 무엇이든 원점에서 생각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후배가 선배보다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고,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손쉽게 손에 익힌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범위와 구체적인 방법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조직에 속한 누구든 나와 우리 조직, 고객을 둘러싼 변화에 민감하게 안테나를 세우고 함께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 선후배가 해야 하는 역할이 고정될 때, 공식과 절차가 생겨날 때 그 조직은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한다.
'후배들에게 민폐가 되면 안 될 텐데..' 연차가 쌓여가면서 혹시 내가 조직에서 썩은 치아가 되지는 않을지 문득 걱정이 앞설 때가 있다. 지금은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해 시류를 읽기에도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이를 업무에 적용하는 것에도 선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든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이 계속될리는 없다. 후배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따라가기 버거울 때, 또 그들의 빠른 손과 감각을 따라가지 못해 Tool을 원숙하게 다룰 수 없을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조직에서 어떤 영향력을 주어야 할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비록 후배들보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속도가 늦더라도, 트렌디함은 떨어질지라도 존경받는 선배들에겐 ‘이것’들이 있더라.
존경받는 선배들은 지식이 아닌 지혜를 나눈다. 지식을 나누는 선배들은 자신이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 곧 정답이다. 따라서 후배의 문제에도 쉽게 정답을 내려버리고, 자신의 제시한 정답을 따르기를 바란다. 지혜를 나누는 선배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이 미처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그들의 의견엔 강요가 없다. 그저 그 후배들이 더 나은 선택을 했으면 하는 순수하게 좋은 의도만이 있다.
존경받는 선배들은 후배들이 넘치는 일에 치여, 또 조직 내 다양한 역학관계에 치여 볼 수 없거나 쉽게 간과하는 위험들을 짚어준다. 조직에서 정해놓은 예산과 데드라인으로 인해, 또 리더의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인해 실무자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지혜로운 선배는 폭넓은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장은 손해로 느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관계를 잘 만들어가기 위한 진심도 영업에서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요?"
조직에서 나잇값을 한다는 것은 한다는 것은 꼰대질이 아니다. 한시가 바쁜 후배를 붙잡아두고,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라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후배의 선택이지만 선배로서 후배가 미처 보지 못한 관점의 질문을 던지고, 한번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지혜를 나누는 것이다.
"자 할 수 있어. 한번 해보자!"
김연경 선수는 여자 배구 대표팀의 맏언니다. 경기 중 팀원들이 모이는 작전 타임 시간에 그는 실수한 후배들을 나무라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경기에서 이기고야 말겠다는 간절함을 담아 "한번 해보자!"라는 위닝 스피릿을 불어넣는다. 대표팀 동료 오지영 선수는 "유퀴즈"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연경 선수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배구라는 스포츠는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거든요. 실수하면 팀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가라앉아요. 연경 언니는 해외에서 배웠던 것들을 대표팀에 접목했어요. 일단 실수해도 흩어지지 말고, 모이라는 거예요. 실수해도 괜찮다고 격려해주고, 다시 파이팅을 하고 흩어지니 팀에 에너지가 생기더라고요."
존경받는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후배들이 가급적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해볼 수 있도록 안전지대를 만들어준다. 그 안전지대는 선배가 바람막이가 되어 지켜준다. 선배 역시 바람은 차다. 다만, 그들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인지하고 '바람막이'를 자처하며, 그간 조직생활을 통해 생겨난 굳은살로 어려움을 버텨낸다.
선배는 먼저(선), 무리(배)라는 한자를 쓴다. 후배들보다 조직에 먼저 들어왔다는 뜻이다. 어떤 선배들은 조직에 조금 먼저 왔다는 것이 하나의 큰 특권인양 착각을 하고 산다. 후배들은 해야 하고 선배들은 선배라는 이유로 하고, 안 하고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있다. 선배들은 아침 시간에 조금 늦어도 괜찮고, 후배들이 꼭 먼저 인사를 해야 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 때 후배들은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이유로 배우고 발표하며, 선배들은 팔짱을 끼고 발표를 듣는다. 선배들은 나이가 들어 안 해도 된다. 그게 당연한 일인 줄로 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다. 조직에는 엄연히 그라운드룰이 존재하며, 그 룰은 모두가 지켜나갈 때 존재의 의미가 있다. 세월의 무게를 나의 권력의 무게로 착각하며 살지 말자. 프로스포츠에서는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철저한 자기 관리 없이는 현역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리고 그들은 팀에 남더라도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주전 경쟁을 하고, 플레이 코치로서의 역할까지 자처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후배들 앞에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 코모레비 -
리더 한 명이 바뀌면 조직문화가 바뀐다. 리더는 직책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든 실무자들 역시 조직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다. 우리 모두 좋은 선배가 되어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자. 또 그런 선배들을 만난 행운을 가졌다면 진심으로 소통하고, 함께 성과를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