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든 일이든 결국 멘탈싸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e스포츠 분야의 월드컵 격인 롤드컵 1라운드에서 패배한 팀의 한 선수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영상은 ‘로그전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고, 언더독으로 여겨지던 이 팀은 결국 롤드컵에서 우승까지 차지하며 기적의 드라마를 써냈다. 이 문장은 이번 롤드컵 주제곡 STAR WALKIN의 가사이자 대주제인 "Don't ever say it's over if I'm breathing (절대 끝났다고 하지마, 내가 아직 숨쉬고 있잖아)"과도 일맥상통한다.
야구선수 요기베라의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명언처럼, 너무도 익숙해 흘려듣게되는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 대신 꺾이지 않는다라는 표현은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들며,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낭만을 전하지 않았나 싶다. (일부 문장 발췌 : https://namu.wiki/w/꺾이지%20않는%20마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장면에서 이 문장이 종종 보인다. 한 영상에서는 SBS 해설진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와 이승우 선수에게 ‘중.꺾.마’를 아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가 참 흥미로웠다.
산전수전 다 겪고 은퇴한 박지성 선수와 아직 혈기왕성한 현역 이승우 선수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흥미로웠다.
여러분은 승부 앞에서 가능하다면 안 꺾이고 싶다고 말하는 자와 꺾일 땐 꺾여야 안 부러진다는 자의 관점 중 어떤 것에 더 마음이 동하는가?
스포츠와 일 모두 결국 멘탈싸움이다. 그리고 멘탈은 꼭 부러지지 않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요즘과 같은 격변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칼럼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소나무와 대나무 각자의 성장방식을 비유 삼았었다.
위풍당당한 외풍의 소나무는 모진 풍파에도 자신의 모습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강건하게 성장한다. 반면 여리여리한 대나무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좌우로 유연하게 흔들리며 성장한다. 비록 두 나무의 성장 방식은 다르지만 리더들은 소나무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철학을, 대나무에게는 맥락을 읽는 노련함과 유연성을 배워야 한다.
소나무와 대나무를 바라보면 꺾일 때와 꺾이지 않을 때를 잘 분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삶에서 꺾이지 않아야 하는 마음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꺾여도 되는 마음은 무엇일까?
꺾이지 말아야 할 것은 목적과 지향점에 대한 마음이다. 승리를 향한 열망, 끝없는 탁월성 추구와 같은 것들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라면 월드컵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꺾여서는 안된다. 비록 강팀에게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먼저 세골을 먹혔을 지라도 경기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맥없이 힘 한번 못써보고 지는 팀과 끝까지 이 악물고 두골을 따라붙어 패배한 팀의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게 바로 위닝 멘탈리티기도 하다.
꺾여도 되는 마음은 바로 과정과 방법에 대한 고집이다. 박지성 선수의 말처럼 꺾일 땐 좀 꺾여줘야 안 부러진다. 비록 4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전술일지라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첫 경기에서 명백하게 입증됐다면? 감독은 과감하게 그 전술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해야만 한다. 그래야 토너먼트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종이 강한 종이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한 목표를 가진 조직개발 컨설턴트가 있다. 컨설턴트는 꼭 A라는 방법만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설령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준비한 A라는 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받았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목표를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MAU(Monthly Active User)를 증가시켜야 하는 목표를 가진 마케터가 있다. 공들여 준비한 오프라인 마케팅 방안이 적절하지 않다고 가혹하게 까였더라도, 다시 유연성을 갖고 접근하면 된다. 중요한 건 지향점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