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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예찬 Nov 30. 2023

05. 언어장벽과 학업장벽(?)이 겹치면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에 가다

부푼 기대와 함께 시작한 독일에서의 계절학기.

내가 선택한 'Energy & Climate'는 10명 남짓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다소 소규모의 강의였다.

같이 수업을 듣게 될 친구들에게 용기 내어 먼저 말을 걸었다. 본국인 독일은 물론 캐나다, 러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알게 된 사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만큼이나 각자의 학업 분야도 폭넓었다는 것이다. 나처럼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내 예상과 정반대였다.

다만, 학사 졸업도 하지 못한 학부생은 거의 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석사 수료생이었고, 간간히 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애초에 이 점을 상정해 수업의 수준을 결정했는지는 몰라도 내겐 꽤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이전 글에서 지원 절차가 까다로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강의는 여러 명의 교수가 돌아가며 진행하는 윤강 형태였다. 호주, 그리스,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교수님들이 오셨고, 각자 연구하시는 주제에 대해 알찬 강의를 해주셨다. 전문성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윤강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 평소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면 해당 분야에 풍부한 내공을 가진 전문가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TV가 없는 강의실, 갑자기 종이와 펜을 꺼내드시더니…

아, 그리고 질의응답에 관해 회상하자니 역시 '언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는 강의의 특성상 학생과 교수 간의 소통이 상당히 활발한 편이어서 나도 종종 질문을 하곤 했는데, 설명해 주신 내용이 완벽히 이해가 되지 않아도 추가로 여쭤보지 못한 채 넘어가야 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어 실력에 자신감이 없진 않았던 나였지만, 전공 분야와 관련한 내용을 막힘 없이 영어로 풀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과 단체 사진

게다가 한국인으로서 다른 모두의 학생들에게 답변해야 할 상황도 자주 있었다. 예를 들면, 교수님께서 한국이 겪고 있는 대기 오염의 사례를 모두에게 공유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었다. 전공 강의 때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설명했지만... 의미를 전달하는데 문제가 없었을지언정, 더욱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의도치 않게 다소 우울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더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당연하게도, 독일에서 공부하며 즐거웠던 일들이 훨씬 많았다. 팬데믹 2년 동안 한국 본교에 나간 횟수보다, 고작 한 달 머문 독일 대학교에 출석한 횟수가 더 많다는 이 아이러니함이 좋았다.

소통이 자유로운 교수-학생 간 수평적 관계와, 배울 점이 많은 동료 학생들, 활기 찬 캠퍼스 분위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 나를 유럽 대학 생활에 푹 빠지게 했고, 이듬해 네덜란드로 풀타임(?) 교환학생을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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