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에 가다
부푼 기대와 함께 시작한 독일에서의 계절학기.
내가 선택한 'Energy & Climate'는 10명 남짓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다소 소규모의 강의였다.
같이 수업을 듣게 될 친구들에게 용기 내어 먼저 말을 걸었다. 본국인 독일은 물론 캐나다, 러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알게 된 사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만큼이나 각자의 학업 분야도 폭넓었다는 것이다. 나처럼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내 예상과 정반대였다.
다만, 학사 졸업도 하지 못한 학부생은 거의 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석사 수료생이었고, 간간히 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애초에 이 점을 상정해 수업의 수준을 결정했는지는 몰라도 내겐 꽤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이전 글에서 지원 절차가 까다로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강의는 여러 명의 교수가 돌아가며 진행하는 윤강 형태였다. 호주, 그리스,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교수님들이 오셨고, 각자 연구하시는 주제에 대해 알찬 강의를 해주셨다. 전문성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윤강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 평소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면 해당 분야에 풍부한 내공을 가진 전문가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 그리고 질의응답에 관해 회상하자니 역시 '언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는 강의의 특성상 학생과 교수 간의 소통이 상당히 활발한 편이어서 나도 종종 질문을 하곤 했는데, 설명해 주신 내용이 완벽히 이해가 되지 않아도 추가로 여쭤보지 못한 채 넘어가야 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어 실력에 자신감이 없진 않았던 나였지만, 전공 분야와 관련한 내용을 막힘 없이 영어로 풀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한국인으로서 다른 모두의 학생들에게 답변해야 할 상황도 자주 있었다. 예를 들면, 교수님께서 한국이 겪고 있는 대기 오염의 사례를 모두에게 공유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었다. 전공 강의 때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설명했지만... 의미를 전달하는데 문제가 없었을지언정, 더욱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의도치 않게 다소 우울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더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당연하게도, 독일에서 공부하며 즐거웠던 일들이 훨씬 많았다. 팬데믹 2년 동안 한국 본교에 나간 횟수보다, 고작 한 달 머문 독일 대학교에 출석한 횟수가 더 많다는 이 아이러니함이 좋았다.
소통이 자유로운 교수-학생 간 수평적 관계와, 배울 점이 많은 동료 학생들, 활기 찬 캠퍼스 분위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 나를 유럽 대학 생활에 푹 빠지게 했고, 이듬해 네덜란드로 풀타임(?) 교환학생을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