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의 계절

feat. 안녕, 드디어 겨울방학을.

by 시쓰는국어쌤

1월 9일

우리 학교는 아마

겨울방학을 하는 학교들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 끄트머리

마지노선에 방학을 했을 것이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을 하기까지 약 3주

15일의 시간이 150일처럼 지나갔다.

약올리기라도 하는 듯

올듯 올듯 오지 않던 방학.


어느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학교의 업무, 학생들 간의 갈등.

방학하는 당일까지도 아이들의 갈등 중재

1분 단위로 휘몰아치는 업무에 정신 없었다.


방학식은 단 두어시간 만에 끝이 났다.

중2 생활의 여운을 털어내기라도 하는 듯

소리반 공기반이 아닌

소리 100%로 애국가를 부르는 아이들.


방학 일주일 전부터는

극심한 피로감에 오히려 잠을 자지 못했다.

잠을 자지 못하니 심장과 머리에서

기운이 쭈욱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방학식날,

3학년들 졸업식에 참석해 앉아 있는데,

증상이 너무 심해 당장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 증상은 방학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다리가 바로 멈추지 않는 것처럼

나의 몸과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올망졸망했던 우리 중2들은

콩나물이 자라나는 것처럼

누군가는 쑤욱 크고

누군가는 한뼘 컸지만

제각기 자라는 속도가 다를 것이고

꽃 피는 시기도 다르겠지.


안녕,

나는 사실

만나는 순간부터 오늘을 생각해 왔다.

눈이 많이 오던 날 우리가

작은 교실에 모였지.


'선생님이 우리 교실에 들어왔을 때 좋았어요.'

채 여물지 않은 마음들을 기억한다.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마냥 지나가지 않는 표식 같은 것이 있다면

함께한 소중한 기억일 것이다.


3월,

너희와 처음 만나고

무엇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주어야 할까

많이 고민했지만

주지 못한 기억만 마음 속에 가득 차

빈 손을 내려다 보고 있다.


나와 함께 한,

우리가 함께한 너희의 시간은 어떠했을까.

꼭 너희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꿈을 찾기를

걷고 걸어서 길을 만들어 나가기를.


여운은 2월 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3월이 오기까지는 아직 2025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