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피 스토리

fear.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by 시쓰는국어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다양한 커피 종류가 생겨났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라떼, 애플시나몬아메리카노


'커피'하면 가장 떠오르는 몇개의 기억이 있다. 커피를 처음 접한 기억이라고 할까.


1. 캬라멜 마끼아또

스무살이 되었을 때, "너도 이런 커피 한 번 마셔봐."라며 엄마가 사준 커피. 처음으로 마셔본 카페 커피다.


그동안 마셨던 맥심 커피의 설탕맛내가 아는 익숙한 단 맛인데 비해 캬라멜 마끼아또는 조금 다른 모습의 단맛이었다. 달콤한 향과 함께 좀더 아기자기한 단맛. 동화 속, 개성이 약하지만은 않은 요정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듯한 달콤함.


대학교 2학년때까지 거의 이틀에 한 잔 꼴로 마셨다. 아이스로 마시는 것과 따뜻하게 마시는 것의 미묘한 맛의 차이도 있었지.


커피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마셨는데 대부분 시험기간에 마셨다. 가장 무식했다 생각했던 것은 잠 안오려고 블랙커피 네 잔을 뽑아 하나의 잔에 합쳐서 원샷을 했는데, 그때는 젊어서 위장이 튼튼했기에 망정이지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응급실 엔딩이다.



2.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내 주변 사람들은 산미를 극혐한다.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일단 내 주변에는 한 명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산미를 좋아할까?

좋아한다는 것은 어쩌면 익숙함 혹은 특별한 기억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학교 3학년 때, 교양수업 교수님이 나를 비롯한 몇명의 학생들을 테라로사 카페에 데리고 가 주셨다.

차를 타고만 갈 수 있는 멀디 먼 곳. 지금도 쉽게 가지는 못하는.


그곳에 도착하니 커피 자루들이 있었고 빵 냄새와 커피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카페에서 온실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서니 다양한 크기의 커피나무가 있었다.

커피 나무와 커피 열매, 조금 더 들어가니 하얀 면포를 깔아 놓은 탁자가 있었다.


커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리면 큰일날 것만 같은 그런 하얀 면포 깔린 탁자.

온실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 식물을 '자라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투명한 햇빛.


커피를 고르라고 하는데 난생 처음보는 이름들이었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케냐AA

-콜롬비아 수프리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브라질 산토스


아는 맛이 단 하나도 없는데 무얼 골라야 하나.. 그냥 마음에드는 단어를 골랐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캬라멜마끼아또처럼 예쁜 모양의 장식이 있을 거란 나의 기대와 다르게 조그마하고 얇은 커피잔과 커피잔 받침에 나왔다. 그 안에 담긴 그저 까만색의 커피.

대략 이런 모습이었다. 잔이 좀 더 작고 고급스럽고 얇았다.


그리고 예가체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흰색 원숭이가 커피를 먹고 싼 똥 속의 원두로 만들었다는... 그 말을 들으니 입맛이 확 떨어졌다. '내가 왜 하필 이 커피를 선택했지.'

나중에 알아보니 그냥 에티오피아 남부 고산지역에서 재배되는 커피라고 하던데..

아무튼 그래도 주문했으니 맛은 봤다. 그냥 평범한 블랙커피 느낌.


워낙 양이 적어서 한모금만 마시고 남겨도 별로 티가 안날 것 같았다.

커피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다가 다시 돌아갈때 쯤 다 식은 커피를 마지막으로 한모금 마셨는데


'이게 웬일?'

눈이 확 뜨이는 맛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산미'의 매력을 알았다.


익숙했던 단 맛 과일이 아

커피에서 느껴지는 과일 맛

쓰지만 새콤하고 신선한 맛

한마디로 특별한 새콤함


짧은 시 안에는 시인의 삶이 모래알처럼 압축된 시어들이 있지

시어가 톡톡 터지며 파도처럼 이야기를 밀고 오는 듯한,

한모금에 그런것들이 느껴졌다


그때부터였다. 맛있는 원두커피에는 '산미'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생긴게.



P.S.

이니시에이션 구조(통과제의)는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라는 멋있는 이름에 대한 기대

'흰색 원숭이 똥'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기대 산산조각

식은 커피 속에 살아있던 '산미'의 특별함 발견

지금까지도 산미 있는 커피가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