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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쓰 Jun 09. 2022

당신은 어른인가요? - 어른의 품격

[스트리트 맨 파이터: 비 엠비셔스] 우태와 쿠로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남자 버전인 [스트릿 맨 파이터] 방영이 시작되었다. 크루별로 참가했던 시즌 1과는 달리 이번 시즌은 크루를 선발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프로젝트 댄스 크루인 '엠비셔스'로 선발되기 위해 개인으로 참가한 댄서끼리 경쟁을 하는 내용이다.


첫 미션에서 댄서를 두 그룹으로 나눈다. 여기서 '리스펙트 댄서'가 된 사람이 '노 리스펙트 댄서'를 지목해서 배틀을 벌이고 이긴 사람이 다음 미션으로 진출한다. 지목권을 가진 댄서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댄서를 골라 대결을 진행했다.


여기서 우리는 경쟁과 협동의 미묘한 지점을 관찰하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태'와 '쿠로'의 대결이다.


우태는 코레오그래피를 주 장르로 하며 브레이킹, 힙합, 하우스, 크럼프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댄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댄서들의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가 지목한 노 리스펙트 댄서는 쿠로다. 지나친 소심함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얼굴의 절반을 머리카락으로 뒤덮고 있다. 동작에서도 성격이 드러난다. 소극적인 자세와 부정확한 동작을 보고 우태는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시간의 연습 시간 동안 우태가 보인 모습은 경쟁자라기보다는 선생님에 가까웠다.


"나이가 많이 어린 친구를 보면 약간 선생님 같은 마음이 드나 봐요."


교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세히 노하우를 알려준다. 열심히 따라 하는 쿠로에게 대견함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10살이나 어린 쿠로의 행보를 칭찬하며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 쿠로는 의외의 호의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문학평론가인 고 황현산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그분의 반 정도 밖에 못 산 나도 어른이 된 자각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어른의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다. 어린 사람들을 볼 때다. 아주 어린 꼬마 아이부터 군인들, 회사 후배들까지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그렇다. 보고 있자면 괜히 예쁘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장 큰 감정은 연민이다. 애정 어린 연민.

내가 지나온 시간을 어수룩하게 헤쳐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저땐 저랬지', '저 일은 별 거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을까?', '걱정하지 마, 곧 지나갈 거야', '그건 이렇게 하면 더 편해' 하는 마음이 든다. 응원의 마음. 같은 편이 있다고 알려주고픈 마음.



한때 내 삶에 불만이 많았던 적이 있다. 주위에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도 없고 혼자 버벅대며 해나가는 일에 지치기도 했다. 어리석었다.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 역시 많은 걸 받았다는 걸.


어리다는 이유로 친절과 기회를 베푼 사람이 정말 많았다. 먼저 말 걸고 웃음을 나눠주었다. 무례하고 예의 없게 굴어도 충분히 배우고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지켜봐 주었다. 그런 인내심과 애정으로 커올 수 있었다.


나이를 먹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 세대를 잘 이끌어 주고 싶은 마음. 험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헤쳐나갔으며 하는 마음. 이 세상이 즐거운 곳이길 바라는 마음. 아마 나의 부모가, 나의 선배가, 나의 이웃이 베푼 마음일 것이다. 위로 갚지 못한 마음을 아래로 향해 펼치게 된다. 이래서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쿠로는 아직 잘 모른다. 왜 관심을 주는지, 경쟁자인 자신을 세심하게 보살펴 주는지. 그것은 우태가 어른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마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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