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ulturHeft

스카팽:

190927 명동예술극장

by soripza

명동 예술극단에서 <스카팽>을 보고 왔다. 나는 연극을 예매할 때 상세정보를 잘 읽지 않는 편이라 나중에 공연을 볼 때 연극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편인데 (물론 원작 희곡이나 소설이 있는 연극의 경우는 제외) <스카팽> 역시 내가 봐왔던 다른 연극과 같이 진중하고 무거운 작품인 줄 알았더랬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인터미션이 없는 115분의 시간 동안 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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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프로그램 북 참조)


몰리에르는 프랑스의 고전 극작가로 코미디의 대가다. 그의 시기에 이르러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희극이 비로소 비극과 동등한 위치로 올라섰다고 한다.


그의 극이 당대의 사회성을 반영한 다양한 모습이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외관과 실체의 어긋남, 속고 속임에서 비롯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중심 주제는 인가의 위선과 탐욕과 어리석음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원작 <스카팽의 간계>는 16세기 대중극인 코메디아 델라르테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풍 계략 희극이다. 중심인물 스카팽 역시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교활하고 자유분방한 하인 스카피노라는 인물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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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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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몰리에르가 극 전면에 등장했다. 연극 시작 전(실제로는 시작 후)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서술한다. 그걸 소화해내는 배우도 너무나 인상적.


주로 연극 작품은 관객석 앞에서 하나의 서사(혹은 자아)를 다룬다. 그러나 <스카팽>은 몰리에르는 극 속에 넣으면서 ‘극 속의 극’ 형식을 취했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의 에고가 탄생된다.


관객은 무대 안의 또 작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스카팽의 간극>이라는 연극을 보며, 그 연극을 둘러싼 몰리에르의 극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앞서 말했었던, 극단을 운영했던 몰리에르의 삶 또한 대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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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배우들은 모두 여러 가지의 에고를 동시에 가진 채 극을 진행한다. ‘<스카팽의 간계> 속 등장인물로서의 나’와 ‘몰리에르의 극단의 배우로서의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동 예술극단의 <스카팽>에서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중/삼중 구조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그 경계를 넘나들며 사람들을 웃겼다. 특히, 극 중간중간 2019년 현재의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애드리브가 나오면 사람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16세기에 존재할 수 없었던 20세기의 팝송이나 랩 장면도 있었는데 이 또한 자연스럽게 극에 스며들었다.


스텝의 영역인 음악 역시 무대 안으로 들어왔는데, 무대 왼쪽 구석에서 음악감독님이 직접 모든 악기들을 연주했다. 이 연극이 좀 더 희극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마치 만화처럼 사람들의 걸음걸이나 사물의 이동을 소리로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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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팽>의 서사는 막장드라마와 같다. 아니, 막장드라마의 여러 설정들이 이를 따라 했다고 볼 수 있다. 연이어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이 그것인데, 억지스러운 현대 방송의 막장드라마와는 달리 귀엽다. 어쨌든 ‘극’을 마무리해야 되니까. 희극이니까 희극스럽게 해피엔딩이 돼야 한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하지 못해 막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만든 것이니까.


나는 평일 마지막 차수를 봤고, 아쉽게도 이미 마지막 주말 공연까지 매진된 후였다. 초반 회차에 봤다면 한 번 더 봤을 텐데. 커튼콜에서 몰리에르와 스카팽 역을 맡은 배우가 소문을 내고 후기를 남겨달라고 했다. 그러면 재공연(!)의 기회가 생긴다고.


그래서 난생처음 이런 개인적인 리뷰가 아닌 홈페이지에 관람 후기를 남겼다. 몇 년 후가 될 수도 아니면 영영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당분간은 <스카팽>의 재미있던 장면들을 생각하며 희극처럼 가을을 보내보려 한다. ENDE


사진출처 : 국립극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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