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utsches Spionagemuseum
세상엔 참 다양한 박물관이 많다.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고 하는 말이 역시 맞나? 라는 생각을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도 생각하곤 하는데, 주제가 정말 다양하고 그렇다고 그런 박물관들의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라서 놀랄 때가 많다. 베를린도 문화의 중심지 답게 이런 저런 박물관이 많다. 박물관 섬에 있는 것들은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 무료로 열리니, 그곳들을 방문하는 것은 그때로 미루고, 오늘은 포스담거리 바로 옆에 있는 스파이 박물관에 다녀왔다.
박물관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스파이으 역사와 특히 1,2차대전 및 냉전 시대를 지나오면서 실제로 쓰였었던 각종 스파이 도구들, 그리고 실제로 스파이였던 사람들의 이력이나 스파이 자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여 전시관을 꽉 채웠다. 따로 설명을 듣진 않아서, 다 보는데에는 한시간 반이 조금 안됐던 것 같다. 놀랐던 것은,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사람이 다가가면, 디스플레이 안에 있는 물건 주위로 화면이 변화하면서 그 물건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박물관도 예전처럼 정적인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역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에는 학생들도 많았다. 다만, 대학생인지 중고딩인지는 외모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다들 키가 커서... 그래도 하는 짓을 보면 고등학생 쯤 되보이는 독일인 무리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지금이 방학때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에 미술관/박물관이 많다면 저렇게 자주 나와서 현장학습을 많이 하는게 좋아보였다. 내가 학교 다닐때는 한 달에 한 번 그런데를 갔었을려나... 가끔 토요일에 가뭄에 콩나듯 나가서 어딘가를 선생님과 함께 돌아다녔던 것만 어렴풋이 난다. 근데 확실히 횟수는 고등학교로 갈 수록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스파이 전시는 끝에 가면서 스파이를 다룬 여러가지 영화들을 소개하고, 실제 영화 소품들을 소개하면서 끝났다. 스파이라는 주제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무언가를 속이고, 비밀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일반사람들이 보기에 재밌게 보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어쨌건, 그건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일인거고 실제 스파이들은 아주 훈련되고, 들키면 안되고, 혹여나 들켜도 전향을 한다던지, 결국엔 전기의자 위에 올라가서 생을 마감한다. 정말 성공한 스파이는 그가 죽기 전까지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겠지... 라는 생각을 했고, (역시나) 두 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전주영화제에서 본 <스파이의 침묵>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전자가 독재정권 아래에서 일하면서 실제로는 민중 들을 위해 일했던 스파이였던 사실을 밝히는 이야기라면, 후자는 너무가 일반인인 주인공 '스즈메'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평소처럼 행동 하라'는 '스파이'의 임무를 얻으면서 일상에 흥미를 돋구는 내용이다.
지금도 스파이는 있다. 우리가 모를 뿐. 각 나라별로 정보국이 있고, 정보국에서는 정보원을 파견한다. 국가간의 외교나 이런 정보 활동에서는 당연히 누가 스파이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조사할 것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알면서도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거리에 나가면 마음이 약간은 편치 않아진다. 그래서 오늘 박물관에서 본 비둘기 정보전달 법을 보면서 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