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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8 한

by soripza


이 날은 동생의 생일이었고, 아침에 (한국은 이미 오후였겠지만) 일어나자마자 생일 축하 카톡과 생일 축하금 그리고 내가 미쳐 쓰지 못한 카카오톡 선물 쿠폰을 보내줬다. 사촌누나가 매년 생일마나 설빙 쿠폰을 보내주는데 (내 생일은 1월인데...) 빙수집에 갈 일이 없어서 못쓰고 있던 걸 동생에게 보내줬더니 오송 근처에 설빙이 생긴걸 어떻게 알았냐며 신기해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곧 9월에 결혼을 앞둔 동기 형과 간단히 영상통화를 했다. 그와는 천안 배치부터 함께했었고, 부서는 달랐지만 둘 다 회사 일에 진심... 이었던 터라 자주 회사 일 관련해서 진지한 얘기를 했더랬다. 아산시 음봉면에 있는 회사 기숙사에서 그의 방은 ‚기흥 입시 명문‘으로 유명했는데, 그 이유는 그와 룸메이트가 되면 백이면 백 본사 발령이 되어서 용인 본사로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거기엔 나 또한 포함되어 있다.) 결국 그는 아직도 천안에서... 있지만 결혼을 하니 자력으로 화성 동탄으로 탈출하게 되었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이제 벌써 회사 경력이 만 5년 차가 되니, 동기들와의 시간도 오래됐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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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금요일날로 예정되어 있었던 학원 같은 반 사람들과의 저녁이 목요일로 당겨졌다.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비어가르텐으로 향했다. Innenhof라고 부르는 뒤뜰에 자리를 잡고 선선한 공기와 햇빛을 맞으며 3시간 정도 밥을 먹은 것 같다. B2정도긴 한데 아직은 원어민 수준은 아니고 각자의 독일어 실력이 다르다보니 깊은 얘기는 아직 잘 못하고, 조금은 겉도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래도 좋다. 각자의 나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기도 하고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만 먹어서 냄새가 고약하고, 지구 온난화 때문에 유칼립투스가 스페인/포르투갈 쪽에 많이 자라기 시작하고, 건조한 잎 때문에 산불이 많이 난다고...) 가끔은 그들의 한국 버전을 생각하면서 내가 알았던 한국인들과 그들을 대조해보기도 한다.
이번주 수업 선생님은 아주 재밌었고, 독일인들에게 가지고 있었던 ‚노잼‘이미지를 완전히 반하는 인물에게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에서 나는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그날 저녁에 오지 못했다. 친구가 뒤셀도프르에서 베를린으로 왔다고 했고, (금요일날 말해준 사항) 그날 새벽까지 그와 시간을 보냈다고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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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가 끝나고 리투아니아에서 온 Egle, 호주에서 온 Joanna, 콜롬비아에서 온 Nicolas와 근처 가판점에서 맥주를 사서 한 잔을 더했다. 2차에서는 나는 거의 청자로 있었는데, 니콜라스(만20세)는 엄청난 열정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국/호주/영국의 기본법?(Commen Law)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대해 요안나(전직 호주 변호사, 만 25세)는 자신은 호주의 기본법은 마음에 든다며 약간의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아쉬웠던 건 그들이 토론을 시작했을 땐 독어대신 영어로만 말해버려서 내가 낄 틈이 더더욱 없어졌다는 점.

에글레(만30세이상처럼 보임)도 리투아니아에서 왔는데 영어를 매우 잘했고, 그래서 한국 영어 교육에 대한 회의감이 더더욱 들 수 밖에 없었던 시점. 그녀는 건축(및 미술) 전공이었고, 박사 주제로 ‚18세기 무덤 양식‘을 공부했다고 했는데, 그 주제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언젠가 구글로 검색해서 논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날은 열 한시 까지 밖에 있었고, 나는 피곤한 채로 집에 왔다. 선생님이 이 날도 금요일날 이야기 나눌 단편소설 하나를 나눠줘서 숙제로 그걸 읽었어야 했는데... 결국 나는 그것을 금요일 아침에 후다닥 독해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는 저녁에 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곤 했는데, 이렇게 사람들과 한 자리에 모여서 (비록 듣기에 비중이 크더라도) 이야기를 하고 듣는게 재미있다. 단, 자주하면 나의 지갑에 심대한 타격을 미치므로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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