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을 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토요일에는 아침에 빨래를 하러 갔다가, 같은 반이었던 다니엘 (헝가리 대사관 직원)을 우연히 만났다. 그가 학원 수업 첫날 테슬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차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약간 짙은 파랑색과 타이어도 일반판과 달라보였는데 아마도 그가 스스로 튜닝을 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차는 멋졌다. 나는 독일에 오기 전에 나의 하이브리드 아이오닉을 팔았다. 언젠가는 나도 내 마음에 드는 전기차를 살 것이다. 이날은 비가 와서 상당히 습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잠에 취해서 자다 깨다를 반복 한 것 같다. 가족과 통화를 하면서 독일로 보낼 가을/겨울 옷을 정했고... 저녁 때는 시계줄을 사러 시내에 잠깐 나갔다가 돌아오고 다시 잠에 빠졌다.
일요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은 날씨가 화창했고, 점심을 먹으러 인도 커리집에 갔는데, 우연하게도 인터넷 상태가 영 좋지않아 밥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후다닥 먹고 나왔다. 맥주를 하나 사고, 집 근처의 공원에서 회사 동기 둘과 영상통화를 했다. 독일의 예쁜 하늘과 여유로운 일요일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일요일 저녁과 월요일에 있을 출근을 걱정했다.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벼룩시장에 가서 중동식 후무스 샌드위치를 하나 사먹었고, 생맥주와 같이 먹었다.
월화수목은 집-학원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이번 수업은 재밌어서 그런지 시간이 빨리 간다. 어학원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지나 휴식시간이 되어있고, 나는 주로 쟝-필립(프랑스인)이나 질다(이탈리아인)과 잠시 잡담을 한다. 수요일날은 수업이 끝나기전 나의 조그맣고 소중한 발표가 있었고, 나는 페졸트의 영화와 베를린의 연관성에 대해 얘기했다. 목요일에는 쟝-필립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수학 선생이었던 그는 가장 좋아했던 (대학때)과목이 위상수학이라고 했다. 나도 대학 때 학위를 수학으로 하나 더 따고 싶었지만, 공대수업 따라가기 바빠서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미적분과 통계학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시간을 잠시 돌려 다시 수요일 밤엔, 토요일에 결혼하는 동기 형과 예비신부에게 각각 축의금과 문자를 보냈다. 예비신부는 예전에 동기4명과 같이 저녁때 롤도 가끔 했었고, 내가 회사를 그만 둔 뒤에 종로에서 한 번 보기도 했다. 그래도 얼굴도 보고 목소리도 들었으니 직접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독일은 아직도 덥다. 주말에 비가 오고 기온이 내려갔는 줄 알았는데, 지금 내가 타이핑하고 있는 메마른 문체와는 다르게 오늘은 유난히도 습도가 높았고, 긴 청바지를 입고 나간것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