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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Sep 01. 2023

최근에 본 영화들에 대한

<오펜하이머>


흑백과 칼라 장면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숱한 가설들이 개봉전에 돌아다녔더랬다. 각각 핵융합과 핵분열로 이루어진 두 가지 구분은 역시 그다운 편집 및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70mm필름 버젼으로 베를린의 한 극장에서 자막 없이 영어 원어로 들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의 한심한 영어실력을 탓하며 한국어자막판이 나오면 바로 사서 다시 볼 생각이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지식보다 역사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Volume 3>


한국에서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봐서 그런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러닝타임도 꽤 길었기에 중간중간 졸았다. 최근에 개봉한 마블 영화들 중에서는 제일 나았지만, 그렇다고 훌륭하다고는 말 못하겠다. 마블 사가의 한 가지를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다. 여담으로는 요새 마블스냅이라는 마블IP기반 카드게임을 하나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마블이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대한(만화원작) 관심도 약간 생겼고, 그래서 영화에서 새로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얘 어디서 튀어 나왔지?라는 생각이 좀 덜 들었다. 


<유랑의 달>


독일로 다시 오기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 개인적으로는 이상일 감독의 전작 <분노>가 더 수작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 서사의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극 중에서 나오는 제3자 처럼 행동을 했을 것 같다. 무슨 얘기냐면, 중요한 인물들이 자신들만 아는 숨겨진 이야기로 그들사이의 관계-정당성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실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닿지 못한다. 


<모아나>


너무나 뒷북으로 봤다. 픽사와 디즈니가 내는 애니매이션들의 서사의 크기가 늘상 큰것은 아니다. 모아나는 소위 '대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낸다. 


<브리티시 오픈의 유령>


거실에서 스마트TV로 넷플릭스에 뭐 볼거 없나 보다가 가볍게 보려고 선택한 영화. 하지만 배우들은 전혀 가벼운 사람들이 아니었고 (마크 라이런스 + 셀리 호킨스...)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큰 막힘없이 소화됐다. 마크 라이런스의 패션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골프에는 관심이 가진 않는다. 영화는 좋았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애스터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직접적이면서 (감정적으로) 한편으론 환상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개인적인 가족사가 있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어서 <유전>과 <미드 소마>에서의 '가족'이라는 집단을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는 그 갈등이 사람에 따라 불쾌할 정도로 표현된다. 난 개인적으로 앞의 두 작품이 더 '영화'를 보는 측면에서는 더 좋았다. (감독을 이해하는 측면으로서는 이것이 더 나았지만...)


<더 메뉴>


안야 테일러 조이 얼굴만 보다가 끝났다. 볼드모트는 이번에도 죽는다. 


<서스페리아> 시리즈 : 1977년 오리지널과 2018년 버젼


2018년의 작품은 역사석 사실과 영화를 묶는다는 점에서는 탁월하다고 생각됐지만, 공포영화 자체로서의 영화는 오리지널이 더 좋았다. 오리지널판의 초반 장면에서의 색감은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나는 이런 잔잔하면서도 주인공을 따라가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너무도 좋아한다. 그리고 사실 아시아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야에서만큼은 일본의 영화들이 마음에 든다. 이런 영화에서는 내가 싫어하는 억지 웃음/과장도 잘 나오지 않는다. 


<엉클 분미>


도대체 어디에서 봐야할지 모르겠어서DVD를 주문했고 오송집으로 온 날 밤에 바로 보았다. 확실히 <메모리아>보다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다음에 다시 한국에 오면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DVD를 다시 집어넣었다. 환상적인 설정들은 너무 좋았다. 엔딩 장면 즈음에 나오는 한 태국 밴드의 노래가 너무 좋았고, 그것은 지금 나의 유투브 플레이리스트에도 있다. 


<엘리멘탈>


적절히 대중용으로 잘 만든 픽사의 영화. 영화를 보러가기전에는 서사의 사이즈가 클 줄 알았는데, 아니여서 약간 실망했다. 등장인물들은 쥬토피아의 두 인물을 적절히 변형한 것 같았고, 사건 역시 '조사'의 성격을 띄었지만 흑막 같은 것은 없었고 그래서 아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 더 힘을 준 부분은 물과 불이 이어지는 심리적 서사였을 테니까...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오사카에 가서 첫날 밤에 본 영화. 친구의 추천이었는데, 각본을 참 잘 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입장에서야 극 중에 상황이 난장판처럼 보이겠지만, 그것 역시 각본가에게는 다 맞추어 쓴 것이니... 이야기가 너무 튀지도 않고 적절히 궤도를 돌아오면서 (극 중의 누군가와 같이) 결국엔 직업적 사명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들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햄버거가 먹고 싶어졌고, 오사카 여행에서 결국 맥도날드에 들어가 명란이 들어간 특선 버거를 먹었다.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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