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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Sep 01. 2023

뒤늦은 페촐트 정리 2: <트랜짓>

2021년 GV 내용 정리

*해당 글은 2021년 진행되었던 페촐트 감독전에서 <트랜짓> 상영 이후 진행되었던 마스터 클래스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트랜짓> 마스터 클래스 with 크리스티안 페졸트 + 정지혜 영화평론가

-. 사랑 3 연작을 준비하면서의 생각? (피닉스 - 트랜짓 - 운디네)


3부작을 처음부터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영화는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서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지느냐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베를린은 역사가 깊은 곳이다. 희생된 자의 이름이 새겨진 돌들이 있다. 1940년쯤 죽은 여자의 이름을 보고, 이것이 동시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과거와 현재가 소통한다는 의미인 듯?)



-. 유령의 영화 같다.라고 말하는(현재와 과거의 교차 / 공간의 동시성) 것에 대한 코멘트?


14살 때 아버지가 직장을 잃었다. 아버지가 유령처럼 보였다. 소속감과 정체성이 없었다. 집이라는 공간은 아버지를 위한 공상만 존재하지 시간을 보내는 자리가 없었다. 이와 같이, 사랑을 하다가 남겨진 사람도 유령이 되는 것 같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서구사회 속에서는 직업이나 일을 통해서 정체성을 갖는다. 점점 일자리가 없어지고 정체성을 드러내기 힘들다. 직업이 없으면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 영화는 유령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것 같다. 한 번 더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령이지만 유령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 영화는 유령에 관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 오인/오작동에 대하여 : 히치 콕 적인 운명론적 태도가 있는 것 같다. 가장 큰 테마는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고민된다. 거짓말 속에 진짜라는 것은 없다. 흥미로운 것은 다 틀렸는데 그중에서 진짜를 찾는 것에 있다. <볼프스부르크>에서의 서사가 그것인데, 주인공의 관계가 범죄로부터 시작되긴 하지만, 짧은 한 사랑의 순간은 진짜이다. 이런 것이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반대로의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운디네에서 운명이 바뀌는 시점, 과거의 연인을 만났을 때 주인공이 인지)


심장박동이 멈추는 것 : 비유적인 표현이고, 그만큼 운디네를 사랑했다고 쓴 것이다. 

며칠 전 간 이스탄불 공항은 모든 것이 별로였지만(사람/광경/사람들) 로맨틱과는 멀지만, 공항 곳곳에 꽤 낭만적인 연출을 위한 것들이 있었다. 독일식 감성의 로맨틱은 추함 속에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하룬 파로키와 <트랜짓> 각색에 대한 이야기


파로키는 인생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통과비자]는 파로키의 인생책이었다. 90년대 초에서 그에게서 추천받은 적이 있었다. 그것을 읽고 친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트랜짓에서의 사람들은 집이 없고 이질감을 느낀다. 갑자기 원고를 손에 넣으면서 주인공도 마리를 만나며 정체성을 가진다. 

파로키는 떠돌이 같은 사람이었는데, 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았고, 그 책이 그것을 알려준 것 같다. 책의 캐릭터들을 구현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피닉스를 찍고 나서, 영화를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트랜짓>을 만들었다. 




게오르그 (프란츠 로고스키)는 아무것도 아닌 좀도둑 같은 존재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체성을 찾고 사랑을 하며, 다른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정체성을 가진다. 이것이 인물의 성장이며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 

-. 영향을 준 영화적 동지나 좋아하는 작품?


마이클 번의 액션영화들을 재밌게 봤다. (1990년대 초반) 연쇄 살인범과 프로파일러의 이야기였는데, 홈비디오를 통해 살인을 하게 되는, 심지어 연쇄살인범도 영화를 보고 충동을 받는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 시선이 바뀌는 경험들. 영화에서 내레이터와 이어지는 것 같다. 때로는 게오르그를 칭하다가 자기 감성을 말하기도 한다. 다층적인 시선 같다. 


: 내레이션 넣는다고 할 때 모두 말렸다. 내레이션은 영웅도 아니고 분석가도 아니고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다. 바텐더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자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저장하는 기록자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미국에 가서 산타바바라 근처 바에서 술도 시키고 이야기도 한 적이 있다.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가니 바텐더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을 보고 마음이 상했다. 

-. 인물 관계를 그리는 방식 (3인조) 삼각구도에 대하여. 


: 모든 공간을 통과지점으로 구성을 했다. 방에도 문의 두 개/ 창문도 두 개. 남녀주인공이 있을 때 창문가에서 침대로, 춤을 추는 듯한 동선을 짰다. 과도기적으로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며 현실성을 주고 싶었다. 

나는 모든 스토리보드를 짜놓고 찍는 감독은 아니다. 위의 장면들은 배우들의 몸짓과 이어진 것이기도 하다. 



-. 배우들과 커피 마시면서 코리오그래피를 찾아가는 시간을 길게 갖는다. 스텝들은 전전긍긍할 텐데, 꽤 오랜 시간을 들인다고 들었다. 왜 그런 것인가?


: 코리오그래피는 동선뿐만 아니라 거리와 간격 (카메라와 인물)에 대한 것이다. 그 거리가 힘의 거리인 것 같다. 그것이 배우 간의, 배우와 카메라와의 거리. 어떤 거리가 안정감 혹은 불안을 주는지 함께 고민한다. 거리과 간격을 파악하는 것을 주로 촬영 전에 한다. 

<운디네>에서 집에서의 강연장면은 처음에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빠진 장면을 추억하고 재연하는 것이다. 

-. 독일역사에 대한 영화/멜로드라마에 대한 것이 강력. 한편으로는 돈(일), 배신에 대한 이야기?


미국 갱스터 영화는 돈 때문에 일어나는 것 같다. 돈을 얻고 나서 이것으로 무얼 할까 고민한다. 그것이 돈의 매력이다.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돈이 없어지는 게 살짝 아쉽다. 

-. 물이 죽음의 장소처럼 보인다. 바다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이것에 대한 생각은?


: 난 뒤셀도르프와 부퍼탈 근처에서 자랐다. 두 개의 강이 흘렀다. 라인강과 부퍼강. 라인강은 컸고, 부퍼강은 작았다. 라인강에 가면 멜랑콜리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물을 바다로 내보냈다. 부퍼강에서는 다른 이야기 (독일문장으로 '부퍼강을 건넌다.'라는 말은 죽는다는 말)가 있다. 멀리 가는 것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에서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으로 물을 흥미롭게 다루게 된 것 같다. 

바다는 떠나는 장소임과 동시에 죽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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