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는 오전에 기숙사 세탁실에 갔다. 1번 세탁기에 빨래감을 넣으면서 조금은 용량을 초과해서 넣은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50분으로 표기된 세탁시간은 30분이 더 늘어나있었다. 세탁이 끝나고 문을 열려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고,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보다가 결국 관리인을 불렀다. 그 역시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왼쪽 아래의 작은 문을 열어 세탁기에 차 있었던 때 섞인 탁한 물을 빼냈고, 문은 그제야 열렸다. 하지만 안에 있던 세탁물들중 절반 이상은 때가 아직 잘 빠지지 않은 상태였고, D는 그 중 반을 건조기에 돌리고 반은 다시 세탁을 돌리고 건조기에 돌렸다. D는 그 때문에 수업에 한 시간 늦었다. 그는 그것을 같은 수업을 듣는 이들에게 말했다.
수업에서 돌아온 후 그는, 누군가가 기숙사 단톡방에 자신이 겪은 동일한 문제를 누군가가 올렸다는 것을 보았고 자신이 한 행동을 적었다. 몇 분이 흘렀을 까. 문득 그 메시지를 올린 사람이 세탁실에서 끙끙거리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방에 있던 가위를 꺼내 방문을 나섰다. 그때 그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오전의 세탁으로 인하여 긴바지가 더러웠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그는 방문 열쇠가 포함된 열쇠고리를 청바지 고리 중 하나에 걸고 다녔다. 기숙사 문은 열쇠가 없으면 밖에서 열 수 없는 아날로그식이었다. 그는 방문에서 키를 가지고 나오지 않는 실수를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가위를 들고 나온 뒤 세탁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그는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지하로 가는 대신 1층에 들려서, 관리인이 붙여둔 게시물을 보았다. 문이 잠겨 열리지 않을때 다음의 번호로 연락하시오. 문을 열어주는 수고비는 5만원임을 유의할 것. 그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순간적으로 든 친절이 금전적인 피해로 다가오는 것이 비극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섰고, 열쇠장이를 부르려고 핸드폰의 번호를 눌렀다. 그순간 그와 친구인 E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세탁기 문제를 단톡방에 올린 사람이라고 했고, D에게 답장을 쓴 게 너나고 물었다. D는 그렇다고 했고, E와 같이 지하에 내려가 그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면서 E에게 자신이 열쇠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E는 자신도 기숙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그런 일을 당한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C가 그 당시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문을 열여줬다고 말했다. C는 D 역시 아는 사람이었다. D는 C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C는 기숙사에 없었고 외출 중이라고 했고, 1시간 쯤 후에 돌아온 다고 했다. E는 자신의 지갑에서 지금은 더 이상 쓰지않는 보험카드를 꺼내 D에게 건넸고, D는 아날로그식 문을 카드로 여는 동영상 몇 개를 본 뒤에 문을 열려 애썼다. 하지만 문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D는 문이 카드로 열리지 않은 것을 생각했고, 결국은 열쇠장이를 불러 해결해야 될 것을 보험으로 염두에 두어햐 할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에겐 현금이 없었고, 그것은 E도 마찬가지였고 C역시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연락이 왔다. 결국 그는 D, C, E가 모두 아는 V에게 전화를 걸었다. V는 운동이 끝나고 현금을 인출하여 30분 후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D는 E와 그때까지 계속 문을 여는 것을 시도했다.
연속된 시도에도 되지 않자, D는 결국 이러다가 문이 고장나면 5만원이 아니라 500만원을 물러야 될지도 모른다고 E에게 말했고, 둘은 문을 여는 것을 포기했다. 1층에서 V를 만났고, D는 V에게 5만원을 건네받았다. V는 자신도 문을 여는 것을 시도해보겠다고 말했지만, 오 분이 지나도 그 역시 하지 못했다. D는 열쇠장이에게 전화를 했고, 그는 30분 후 도착한다고 했다. 그 사이 C가 기숙사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C역시 문을 열진 못했다. C가 문을 연다면 D는 열쇠장이에게 그가 오는 사이 열쇠를 찾았다고 말할 참이었다. 이윽고 기숙사로 좋은 차 한 대가 들어왔고, 그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열쇠 장이의 차라는 것을 직감했다. 열쇠장이는 D에게 전화를 한 사람이 너냐고 물었고 D는 그렇다고 했다. 열쇠장이와 차를 운전하고 온 그의 아내 그리고 D, C, E, V는 모두 엘리베이터를 타고 D가 살고있는 6층으로 향했다. 열쇠장이의 아내가 신발을 가리키며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고 D는 한국, E는 인도에서 왔다고 말했다. V는 러시아에서 왔지만 신발은 중국에서 왔다고 말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열쇠장이는 굳게 잠긴 문 앞에 섰고, 이윽고 마스터키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D에게 5만원을 달라고 말했다. D는 몇번이고 확인한 5만원을 정확히 다시 세어 열쇠장이에게 건넸다. 밖에 주차된 그의 차를 바라보며 시간 당 벌이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열쇠장이가 간 이후 D를 포함한 네 명은 이야기를 하다가 각자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 D는 모든 것이 다 이어졌다고 그 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