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서 두 가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하나는 톱니수가 다른 기어들을 연결 하여 가장 바깥쪽에 있는 기어가 한 바퀴를 돌려면 우주의 나이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는 장치였고, 다른 하나는 한 기어에 반지름이 다른 톱니가 있는 형태가 있고, 그것들을 연속적으로 이어 붙여서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기어를 만드는 영상이었다. 두 가지 모두 당연히 그 장치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첫 번째 장치의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시간 자체를 흘려보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두 번째의 경우에는 이론과는 다른 실제상황, 예를 들면 기어 사이의 마찰력이나 환경의 문제 그리고 광속 불변의 법칙으로(아마도 물질 사이에 힘이 전달될 때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갈 수 없기 때문에) 인해 이루어지지 못했다. (영상에서는 정확히 말하자면 모터에 과부하가 걸려서 더 이상 실험이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영상을 보면서 내가 즐거웠던 이유는 그 장치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숫자'를 재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것이었다. 숫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적인 것이지만 이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는 것이 간단한 장치들이지만 아름다워 보였다. 더욱이 두 가지의 장치가 지향하는 바가 정확히 반대이기 때문에 그 관계성에서 오는 재미 또한 있었다.
한편, 내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 자전거를 살 때부터 아마도 있었을지도 모르는 문제인데, 기어의 변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준 Berk도 내가 자전거를 살 때 같이 있었는데, 그가 자전거를 타면서 문득 기어의 변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저번주에 시간을 내어 또 다른 친구인 Max와 학교 안에 있는 자전거수리 컨테이너 박스로 갔다. 우리 둘은 이런저런 장비를 사용해서 기어를 변환해 주는 장치를 만지고, 핸들에 달려있는 기어변속 장치도 뜯어내여 이렇게 저렇게 해봤지만, 결국 자전거의 기어는 고쳐지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가장 낮은 단수인 1단에 맞춰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다. 경사를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가장 좋은 옵션이지만, 반대로 직선주로에서 속도를 내고 싶을 때는 한계치가 있다. 마치, 내가 본 영상에서 현실의 장벽 때문에 목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기어 이야기를 한 김에 한 가지를 더 얘기해 본다면, 그것은 기계식 시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계에 큰돈을 써보지 않는 나로서는 (가끔가다 카시오의 수능시계 같은 것만 산 게 전부였다.) 기계식 시계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냥 명품으로서 비싸다는 것 정도가 나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영화 <테넷>을 보면서, 후반 전투씬에 나온 시계의 디자인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인터넷에 검색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 시계는 해밀턴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다이버 시계였고, 가격은 100만 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었다. 몇 주 간을 고민하다가 나는 그것을 구입했다. 백만 원짜리 핸드폰도 3~4년이면 바꾸는데, 시계는 내가 팔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착용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경탄하면서 (사실은 사도 되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지만) 난생처음으로 기계식 시계를 써보게 됐다. 그러면서 기계식 시계 내부에 있는 장치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을 챙겨보게 되었고, 엔지니어로서 그 장치에서 오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인간이 시간을 얼마나 정교하게 잴 수 있을까? 물론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시계에서는 기계식이 아니라 쿼츠시계가 그 자리를 꽤찬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인간이 오 로지 태엽을 감아서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만들어 낸 것에 경의를 표한다. 톱니 수가 다른 장치들을 정교하게 배열하여 1초, 1분, 1시간을 구현하고 심지어 윤년, 달의 모양까지 예측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방정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 기어를 바꾸면, 기어 박스에서는 체인이 다른 기어에 감기면서 내가 페달을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바퀴가 돌아가는 각속도가 달라진다. 기계식 손목시계에서는 내부 정중앙에 있는 태엽이 돌아가며 다른 기어들의 회전수를 결정하고 그것이 시간의 흐름을 가리킨다. 시공간. 그것은 결국 상대성이론과 연결되고 그 이론은 GPS에 들어가 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디를 어떤 경로로 가야 하는지 혹은 거쳐왔는지. 나는 끝끝내 첫 번째 영상에 나온 장치의 마지막 태엽은커녕 중간 태엽이 한 바퀴 돌아가는 시간도 살지 못할 것이지만, 물리의 법칙은 그것과는 상관없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bXEtIha70c
https://www.youtube.com/watch?v=rcQaI6FX6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