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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스댄스댄스 Nov 23. 2024

에듀테크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4)

교육만능주의(5)

다. 의사소통


우리는 언어와 소리, 표정과 몸짓 등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어떻게 보면 교육은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가 어떻게 타인과 소통하며 생존해야 하는지를 익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역량에는 의사소통 역량(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협력적 소통 역량)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영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애초에 궁극적인 목표를 의사소통의 향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영어교육의 측면으로 논의를 좁히면, 의사소통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듣기와 읽기를 이해, 말하기와 쓰기를 표현 기능으로 통합함)의 4 기능을 고루 발달시켜야 한다. 본절에서는 실제 대면하거나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을 상대로 듣고 말하는, 때로는 읽고 쓰는 대화(채팅) 정도로 한정하여 의사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지점에서 인간과 인간의 대화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화가 가지는 차이점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1) 오프라인 소통 vs. 온라인 소통


대화의 매개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코로나19 펜더믹 이전에도 온라인 소통은 활발했다. 전화기, 핸드폰과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소통이 있고,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화상 회의도 하였다. 교육 분야에서도 소위 인강이라 불리는 EBS나 사교육 기관의 일방향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었고,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형식의 수업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러나 펜더믹으로 인해 대면 소통이 단절된 이후, 온라인 소통 활성화가 강제되었다. 특히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이 실시되면서 공교육에서도 비대면 소통이 이루어졌다.


수업시간에 맞춰 줌(Zoom)이나 구글 미트(Meet), 웨벡스(Webex) 등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교사는 화면 속 학생의 출석을 체크하고 강의를 진행했다. 학생은 보통 음소거를 해 놓고 카메라만 켜 본인이 출석했음을 알렸다. 질문이 있거나 교사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음소거를 해제하고 마이크에 말을 하거나 채팅을 했다. 모니터 화면에는 작은 얼굴들 또는 천장이나 방의 모습이 낮은 화질로 나타났다. 실제 교실 스케줄에 맞춰 계속 화면을 보고 교사의 일방적 강의나 영상 등을 듣고 주어진 과제나 퀴즈를 온라인 화면으로 수행하거나 풀었다.


본인이나 부모의 선택이 아닌, 펜더믹에 의해 강제된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만지작 거리고, 네이버 밴드나 카톡, 구글 클래스룸 등으로 출석체크를 했다. 친구들의 소셜 미디어 메시지, 유튜브, 온라인 게임 등 수많은 유혹에 굴복하지 않은 아이들은 국소수였다. 20분 정도 컴퓨터를 활용하여 수업을 듣게 하지 40퍼센트 가까운 비율로 학생들이 딴짓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OECD에서도 펜더믹 이후, 수업의 결손, 또는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학생들의 학력이 크게 떨어졌다 보고하고 있다.


특히나 그즈음 줌 피로(Zoom fatigue)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가장 대중적인 화상회의 소프트웨어인 줌과 피로를 뜻하는 fatigue라는 단어를 합친 말이다. 사람이 타인과 소통할 때 언어만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의 마주침, 표정과 호흡의 변화, 말의 속도, 소리의 세기와 음의 높낮이, 자세와 태도, 몸짓 등도 함께 종합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카메라-전기신호-케이블-전기신호-그래픽으로 이어져 좁고 흐릿한 저화질 화면 속에서 어깨 정도까지만 나타나는 상대방의 모습은 심각한 정보의 왜곡과 결손을 만든다. 그래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이런 정보의 왜곡과 손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하기 위해 빈 곳을 메우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인다. 그래서 단순히 작은 화면을 봄에 따른 눈의 피로 이상으로 더 많이 피곤해진다.


최첨단을 달리는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왜 실리콘벨리라는 한 공간에 밀집해 있을까. 지구 반대편에서 화상으로 소통하고 업무를 수행하며 협력할 수 있는 기술을 충분히 갖춘 이들이지만, 온라인 의사소통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펜더믹 이후 재택근무의 비중이 상당히 일상화된 분야도 많다. 그 현상의 여파로 미국 동부 사무실 공실율이 높아졌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교수학습을 위한 의사소통을 생각한다면 오프라인 소통의 모습을 그대로 온라인 의사소통으로 옮길 수는 없다. 실제 교실 안 강의, 과제 수행, 협동 학습 등의 장면에서 교사-학생, 학생-학생의 소통은 체계화하기 힘들 정도로 역동적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매트릭스> 같은 아주 먼 미래 증강현실이나 뇌 자극을 통한 온라인 소통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도래하기 전까지는-애초에 기술 발달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란 믿음 역시 기술만능주의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소통은 오프라인 소통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


2) 인공지능과의 대화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컴퓨터와의 소통은 역사가 오래되었다. 1950년 대 튜링 테스트 이후 60년대부터 많은 챗봇이 만들어졌다. 2000년대까지의 규칙 기반 인공지능이 탑재된 챗봇은 부족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주어진 주제에 한정한 대화와 정형화된 패턴의 답변, 사람의 질문이 규칙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잘 처리하지 못했으며, 음성 인식을 잘하지 못하고, 인공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성을 뱉어냈다.


그러나 이런 부족한 챗봇을 교실 현장에 적용했을 때도 교육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아온 것이 많은 문헌에 담겨있다. 특히 언어 학습의 경우에 그 효과가 컸다. 그 이유로는 첫째, 챗봇이 가지고 있는 참신함(Novelty effect) 때문이었다. 실제 많은 연구에서 챗봇을 처음 접한 학생들이 실험 대상이었고 이들의 사후 인터뷰에서 챗봇의 참신함을 언급하는 대목이 많았다. 둘째, 챗봇은 교사 1인 대 다수 학생의 교실에서 학생들이 직접 학습한 내용을 말할 기회가 부족한 부분을 크게 보완해 주었다. 모든 학생이 각자 챗봇과의 소통을 통해 본인이 배운 지식을 시험해 보고 적절한(?) 피드백을 받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쨌든 학습에 어떤 처치가 가해지면 학습 효과가 일어난다는 점 때문이다. 그게 챗봇이건 전통적인 교수법이건, 심지어 에어컨도 학습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기계학습과 병렬연산으로 탄생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탄생했다. 규칙 기반 챗봇의 성능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청각적인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단숨에 뛰어넘는 정도로 발화와 억양이 자연스러워졌다. 인간의 음성을 아주 잘 인식하게 되었다(고유명사는 아직 좀 부족한 듯도 보인다). 거기다 대화의 패턴도 아주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워졌으며, 심지어 트랜스포머 기반으로 과거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여 현재 대화에 반영할 수도 있게 되었다. 대화 중간에 나타나는 대명사가 앞에서 언급된 무언가를 가리킨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반영하여 좀 더 인간 같은 대화를 가능케 했다.


이러한 혁명적인 기술 발달은 과거 규칙기반 챗봇을 교육에 활용하는 경우 지적되었던 한계들이 많이 해결하였다. 또한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도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거대 언어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는 대부분 문어(written language)이기 때문에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 구어(spoken language)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또한, 대화의 흐름 역시도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정보전달 위주가 될 수 있다. 특히, 언어학습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여기는 부분은 인공지능의 답변에 대한 아이들의 과도한 신뢰에 있다. 최근 인공지능 챗봇 연구에서 챗봇으로부터 오류가 있는 피드백을 받은 학생들이 혼란스러웠다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기술 발달 여하에 따라 단기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술만능주의적 생각을 가진 이들은 주장할 것이다.  


물론 90-10의 법칙에 따라 어떤 기술적 문제의 첫 90퍼센트가 10퍼센트의 시간과 노력에 의해 해결되지만 나머지 10퍼센트의 문제를 위해서는 90 퍼센트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공지능 챗봇과의 대화 역시 온라인 소통의 일종이며, 실제 눈을 마주 보고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사람과의 의사소통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아. 인간과 거의 같아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까. 그 정도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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