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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스댄스댄스 Nov 16. 2024

에듀테크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3)

교육만능주의(4)

나. 쓰기


글쓰기는 인지적으로 굉장히 고된 일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불투명한 추상적인 생각이나 감정, 이미지를 문자라는 한계가 명확한 표상(representation)으로 지면이나 스크린에 옮겨나가야 한다. 기억하고 있는 철자와 단어, 표현 등의 지식을 적절히 활용하고, 규칙(문법)에 어긋나지 않게 문장을 작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문장들을 논리적으로 개연성 있게 나열해야 하며 글에 따라서는 형식과 분량, 그리고 그 글을 읽게 될 사람(독자)의 시각 등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는 상(像)과 이를 표현한 쓰기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는 이런 인지적인 노동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글을 쓰는 행위와는 너무나도 다른 인공지능의 생성 행위를 교실에 접목하려는 시도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1) 손으로 쓰기 vs. 타이핑하기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에 관해 논하기 전에 손으로 쓰기와 타이핑하기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80년대 초반 생으로 우리말을 깨치고 성인이 되기 전까지 손글씨로 글을 썼다. 그때의 글쓰기는 대부분 노트 필기, 읽기, 독후감 정도였다. 반면 성인이 된 후에는 손글씨보다는 키보드로 타이핑하여 글을 쓰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대부분 학문적 글쓰기였고 일부 소설과 에세이 쓰기도 포함되었다. 다만 암기나 이해를 위한 학습의 영역은 대부분 노트 필기와 연습장을 직접 쓰기로 했다. 그리고 2010년 대가 되고 문자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손가락 타이핑을 통한 글쓰기도 많이 하고 있다.

https://brunch.co.kr/@oduduking/138


종이책 읽기와 스크린 읽기의 차이와 마찬가지로 손으로 쓰기와 타이핑하기의 미묘한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학령기 이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손으로 문자를 쓰는 것이 타이핑하며 문자를 공부하는 것보다 해당 문자를 더 잘 기억하게 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는 뇌에서 문자를 처리하는 부분과 시각, 운동감각기능 등을 관장하는 부분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문자를 조금 더 잘 인식한다는 사실이 글을 잘 이해한다거나 글을 잘 쓰는 행위와 밀접하게 연관되는지는 미지수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에세이 쓰기 시험을 손으로 쓰거나 타이핑하게 하였으나 형식에 따른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어린 시절 독후감 쓰기 숙제에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 이는 원고지나 노트에 글을 쓴 후에는 큰 틀에서의 수정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잘한 철자나 단어 수정은 지우개나 수정액, 수정테이프 등으로 가능할지라도 문장의 순서를 바꾼다거나 문단을 완전히 새로 고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손으로 쓰기를 하기 전에는 머릿속에서 좀 더 치밀한 구상과 준비가 필요한데, 필자의 경우엔 직접 써 내려가지 않으면 좀처럼 구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손으로 글쓰는 일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반면 학문적 글쓰기, 에세이 쓰기 등 현재 필자가 겪는 대부분의 쓰기 경험은 타이핑, 또는 핑거링에서 온다. 이는 조각이나 소묘와 비슷하다. 워드프로세서의 편의성 덕분에 생각나는 대로 끼적이고 중간중간 여기저기 살을 덧붙이기도 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기도 한다. 쓰면서 읽고, 또 읽으면서 쓰다 보면 문장이나 문단의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중간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기도 한다. 필요한 문헌이나 사전 검색 등도 용이하고 정보의 취합도 훨씬 수월하다. 그래서 읽기에서의 경우와는 다르게 필자에게 있어 스크린에 타이핑하기는 손글씨 쓰기보다 전문적이고 깊고 복잡한 글쓰기에 더 낫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함께, 혹은 인공지능의 의견을 반영한 글쓰기는 단순히 손글씨와 타이핑을 비교하는 일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워드프로세서의 편의성(이를 조력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과는 극적으로 다른 인공지능이 가진 생성 능력을 통한 조력은 인간의 글쓰기, 나아가 학생들의 글쓰기 향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 인공지능과 함께 쓰기


인공지능과 함께 쓰기에서 우리는 정도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인공지능이 만들게 하고 우리는 질문만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의 일부만을 우리가 수정하여 글쓰기를 완료할 수도 있다. 또한 인공지능에게 개요를 잡아달라고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요즘은 검색 엔진의 검색 기능도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할 수 있다)하게 하여 우리가 쓰는 글의 일부로 편입할 수 있다.


어쨌든 인공지능과 함께 쓰는 행위는 곧 질문(프롬프트)의 문제로 직결된다. 챗GPT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의 접근성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바나 파이썬 같은 인공어(Artificial Language)가 아니라 우리말이나 영어 같은 자연어(Natural Language)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으며 인공지능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얼마나 질문을 잘하느냐가 이슈가 되었다. 아래 그림은 어떻게 질문을 하면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정리한 자료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게 중1 수업을 하는 영어교사라는 역할을 부여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설명하는 글을 쓴다는 과업을 구체화하여, 1인 발표 형식의 대본을 생성하라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훌륭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출처: https://www.reddit.com/r/coolguides/comments/12ouw8o/chatgpt_cheat_sheet_v2/#lightbox


GPT4o나 클로드, 제미나이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일이 적절한 질문이 주어지면 어떤 주제라고 상당한 수준, 상당한 분량의 글을 순식간에 써 내려가는 일이다. 물론 치밀하지 못한 질문(프롬프트)은 물에 물 타고 술에 술탄 듯한 밍밍한, 아무 메시지도 없는 글을 토해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충분히 치밀한 프롬프트, 또는 인공지능과의 적절한 상호작용, 또는 토론을 통한다면 상당히 좋은 글을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질문을 해서 인공지능이 좋은 글을 생성했다면, 혹은 이 생성한 자료를 가져다 본인의 글로 한다면, 이를 우리가 쓴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그 글이 질문을 한 우리가 원했던 딱 그런 글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사실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표절 논란, 저작권 논란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로 미국은 인공지능 개발 기업들을 둘러싼 이슈가 시끌시끌하다. 한편에서는 학계에서도 인공지능과 함께 쓴 논문이 발표되기도 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자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편향 문제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좋은 질문(프롬프트)을 위해 인공지능에게 역할을 부여한 경우에 더 편향적인 글을 생성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교실 또는 학교 상황에서 이런 일이 펼쳐지는 경우에도 간단하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학생생활기록부의 과목별세부특기사항이나 행동발달사항을 작성할 때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을 붙이거나 참고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학생에 대한 의견을 작성하는데 인공지능을 써도 되느냐 하는 부분에서 도덕적, 법적, 교육적 논란이 일 수 있다. 어떤 지역교육청에서 한 공모에 인공지능이 생성한 음악으로 당선된 경우도 있었다. 어느 대학에서는 학생이 제출한 과제에 인공지능 표절 여부를 검사했으나 검사 시스템의 불안정성으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데 인공지능과 함께 쓰기 행위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글 생성은 절의 문두에 언급했던 글쓰기의 고뇌를 소거한다. 학생들이 본인이 쓰고 있는 글을 다시 훑어보고 검토하고 수정하는 행위. 본인이 상상한 글과 실제 작성한 글의 간극을 발견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 자신이 학습하고 체화한 정보를 자신의 말과 글로 글에 녹이는 과정. 이런 일들이 생략된다면 아무리 그 결과물이 적절하고 타당할지라도, 그래서 학생이 낸 과제가 좋은 점수를 받게 되더라도, 결단코 교육적이지 않다.


물론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인공지능을 굉장히 잘 이용하는 특정 학생들은 이를 통해 글쓰기 능력이 늘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인공지능이 주는 편의성, 간편함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질문이 전부라는 환상이 생길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팩트체크 없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을 과도하게 신뢰하게 될 수도 있다. 저작권과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라지게 되기도 할 것이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정보의 적합성이나 진실성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을 깨닫지 못하게 되며, 이 점이 가장 뼈아픈 상실이 될 것이다.



글쓰기와 관련한 인공지능의 역할 중에서 학생의 글쓰기 첨삭, 피드백 제공, 평가도 있다. 이 역시 학생들의 글쓰기 행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언젠가 기회가 될 때 다시 다루기로 하고 다음 글에서는 인공지능과의 의사소통이 교실에서는 어떤 장면으로 나타날지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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