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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스댄스댄스 Dec 19. 2024

깊이 있는 학습 = 딥러닝?

교육만능주의 관련


요즘 교육계의 트렌드는 AI이다. 교육부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신호탄을 쏘았고, 교육청은 감당 못할 만큼의 엄청난 예산을 AI 활용 수업 평가 등을 위한 직무연수 등에 투입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미래 교육이라면서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개념 기반 교육과정을 실현하고 학습자가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주장하고 있다. 멋진 말들이 넘쳐흐른다. 


지난달 억지로 교육청 연수에 참여했다. 교육청에서 차후 학교 업무와 관련한 중요사항을 공지할 거니 꼭 참석하라는 말이 공문에 있어 어쩔 수 없이 갔다. 거기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AI를 엮어 백워드 설계며 성장중심평가며 디지털 리터러시며 심지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까지 끼워 넣은 욕심 많은 책을 선물 받았다. 오늘 그 책을 꺼내 들었는데 본문 첫 번째 장에서부터 재미있는 비유를 발견했다.


그 책에서 깊이 있는 학습은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지식을 구축해 나간다는 구성주의에서 말하는 학습관과 연계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는 마치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알고리듬을 최적화해 나가는 것과 유사하다 하였다. AI처럼 학습자도 나름의 지식을 깊이 있게 구성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성장해 나간단다. 아이고 이런. 정말 그런가? 


AI가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이 파악하지 못하는 새로운 루트와 패턴을 파악하고(우리는 이를 절대 해석할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를 블랙박스라고 한다), 새로 주어진 실험 데이터에 대해 최적의 결괏값을 뱉어 내는 것은 맞다. 그러나 선결 조건이 있다. 규모의 법칙(scaling law). 알고리듬을 갈고닦지 않아도 데이터의 양을 극단적으로 늘리면 성능이 향상된다는 법칙이다. 그래. 극단적인 데이터 양이 중요하다.


학습자의 깊이 있는 학습을 요즘 유행인 AI로 비유했으면서 왜 이 규모의 법칙을 빼멋었나. 학습자가 깊이 있게 학습하기 위해서는 우선 엄청나게 많은 입력(학습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까먹은 것인가. 교육과정만 날름 바꾸고 AI나 에듀테크를 교수에 적용하면 환상적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나.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넣거나, 혹은 창발 하는 일을 쉽다고 여기는 것일까.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가진 잘못된 신념이 있다. 무언가를 가르치면 가르치는 그대로 배우게 될 거라는 믿음. 비판교육학에서는 이런 기능론적 교육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필요한 것을 담으면 학습자가 변하고, 학교는 변하고, 사회가 변할 거라는. 비록 비판교육학 역시도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는 다르게 아직까지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진 못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현재 교육부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으쌰으쌰 하고 있는 이 에듀테크의 붐은 과거 교육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멀티미디어가 도입될 때, 교사들은 이를 찬양했다. 사토 마나부 교수가 시작하여 우리나라로 넘어온 거꾸로 수업. 뭔가 말이 멋있는 백워드 수업 설계. 과정중심평가. 메타버스. IB. 이제는 인공지능. 


현재 억지로 추진하고 있는 AI 디지털교과서 역시도 과거의 답습이다. 그저 별것도 아닌 문제은행식 Computer Adaptive Testing을 과거 2010년 대 개발했던 디지털교과서에 엎어 놓은 것일 뿐이다. 어이쿠. 그때나 지금이나 교육부 장관은 똑같은 사람이네. 하하하.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수준에 맞게 문제만 제시하고 풀게 하면 다 된다고 여기는 걸까.


교수가 학습을 이끌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지만, 학습은 오랜 시간 반복과 노력이 필요하다. 학습은 최적화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효율적인 반복과 점증적 이해를 통해서 뺑뺑 돌며 나선 형태로 발달한다. 똑같은 단어를 학습한다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뜻과 발음을 이해하고, 다음에는 굴절과 파생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고, 그 이후에 다시 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순간 말하거나 글을 쓸 대 스스로 꺼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지식의 습득이 차근차근 일어나고 이를 활용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충분한 습득이 이루어지면 새로 주어지는 비구조화된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망하고 창의적으로 답변을 만들어 내면서 능동적으로 세상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꿈을 꾸는 건 좋다. 너무 급하게 이를 실현시키려 하지는 말자. 아니 애초에 잘못된 꿈을 꾸고 있지나 않은지 스스로를 좀 돌아보자.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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