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 Apr 10. 2023

이제, 아파도 괜찮아!

결석의 불가피한 사유



지난 2022년 3월의 악몽이 떠오른다.


코로나 확진, 의심환자 발생, 또 코로나 확진, 또또...


3월 한 달 출석부에

하루도 빈칸이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

학교는 전쟁터와 같았다.


멀쩡히 등교했던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학부모께 연락하여

급히 병원으로 보내고

아이들 책상을 하나 하나 소독하고

창문 열고,

아이들에게 거리를 두라고 당부하고,

손소독 시키고,


또 돌아서면 확진 연락이 오고....


학생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주는 1반 선생님, 다음주는 또 다른 반 선생님....

확진으로 출근을 못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면,

교육청에서 순회강사를 파견해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곳 저곳 순회강사를 요청하는 학교가 너무 많아서 순회 강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


결국, 빈 시간이 있는 다른 학년 선생님들이나 교감선생님이 확진 교사 반 수업을 대신 해주고,

같은 학년 선생님들은 아침 자습시간,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등을 챙겨야 했던

그 시절....


아픈 것이 죄가 아닌데,

괜시리 아파도 아플 수 없었던 그 때.

대부분 교사도 어린 자녀가 있는 학부모였기에

자녀가 확진되거나 자녀가 아파도 결근하겠다고 말할 수도 없었던 3월이었다.


다행이

엄마의 그런 사정을 알았는지

우리 늦둥이 몽실이는 3년 내내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잘 견뎌주었다!!


어느덧 코로나의 끔찍한 경험은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 2023년 3월.

그래도 학기초는 학기초인가 보다.

작년 3월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여전히 3월은 질병의 계절.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적응기간 동안 면역력이 떨어지고, 오락 가락 추웠다 더웠다 날씨도 한몫 한다. 여러 명의 집단 생활이 시작됨과 동시에 잠잠했던 코로나, 독감, 감기가 확 일어나 다시 존재감을 뽐내나보다.


고등학생인 둘째 아이의 과장된 말에 의하면,

학급의 반 이상이 독감이나 코로나로 결석했다고.



걱정이 현실이 되는 순간!

토요일까지 잘 놀던 몽실이,

일요일 새벽에 뜨근하여 열을 재어보니

38.2도!!


급히 해열제를 먹이고

아침 일찍, 일요일에도 문을 연 아동병원을 가니,

접수 창구가 열리기도 전에 대기실은 인산인해.

대기 소파란 소파는 이미 모두 찼고,

초조한 부모들 옆에서 이마에 해열방지 패치를 붙인 아이들이 한 없이 탭이나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며 대기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겨우 받은 진료.

다행히 심한 것은 아니고 목이 살짝 부었다고.



해열제 및 감기약을 처방 받아 돌아오는 길,

"우리 몽실이 내일은 학교 가지 말고, 쉬어야겠다."

엄마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 몽실이가 깜짝 놀란다.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나 혼자 집에 있어야하는 거야?"


몽실이의 질문이 가슴에 콱 와서 박힌다.


코로나가 한참인 시절,

'너는 아프면 안된다! 아프면 혼자 집에 있어야 해!'라고 협박같은 다짐으로 아이를 몰아갔던 내 모습이 떠올라 괜시리 미안하다.


자신은 아프면 안되는 사람,

아프면 돌봐줄 사람도 없이 견뎌야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구나.


"엄마가 있잖아!"


나는 짐짓 과장된 목소리로 몽실이를 바라보며 어깨를 툭쳤다.


"이제 아파도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몽실이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아 맞다! 엄마가 쉬지!"


헤헤헤 소리내어 웃는다.


월요일.

다행이 열은 잡혔다.


등교를 시킬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석을 시키기로 했다. 열은 잡혔지만, 여전히 3월은 질병의 계절.

혹여 내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가 감염이 된다면 이또한 민폐가 아닌가!


아침에 급히 담임 선생님께 결석사유를 담아 문자를 보내고, 방과후 강사 선생님, 돌봄 강사 선생님께도 문자를 드렸다.


평소 같으면 일어나서 등교 준비를 할 몽실이는

여전히 꿈나라.


그래 엄마 쉴 때,

맘껏 아프고,

맘껏 늦잠도 자고,

맘껏 어리광도 부리고,

맘껏 투정도 부려보렴.


여느 1학년 새내기들처럼...



이젠, 아파도 괜찮아.








<결석할 때 tip>

 담임 선생님께 미리 문자나 전화로 결석 사유를 말씀 드리기                 


 결석으로 인해 학교에 제출할 서류가 있으면 미리 학교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작성 후 아이 등교할 때 같이 보내기 - 결석계, 진단서 등                


 담임 선생님 뿐만 아니라 방과후 강사님 등에게도 결석 내용을 알려드리기                


 결석이 길어질 때는 우유 대금, 방과후 강의료 등 환불 규정을 학교에 미리 알아보고 환불 받기                


 아이가 먹을 약을 등교시 보낼 때는 아이가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하기 - 유치원에서 처럼 담임선생님께 약복용을 부탁하지 않기!









작가의 이전글 나는 학부모 총회를 패스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