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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0. 2023

속도전

방과후학교 신청 입문기

검객이라면 검술을 연마하여 그 현란한 칼놀림 솜씨를 보였을 테고,

카레이서라면 유연한 핸들링과 파워있는 운전실력으로 트랙을 달렸을 터이지만,

1학년 학부모로서 이런 속도감 있는 자판질 실력이 무에 쓰일지 알았던고?

나는 속도와는 좀 먼 사람이다.

성격이 급하고, 일처리가 빠르다는 소리는 왕왕 듣곤 했지만,

사실 어릴적 갤럭시같은 게임에서 쏟아지는 포탄을 잘 피해본 적이 없다.

왼손과 오른손의 협응에 있어서 평균을 밑도는 수준.

그래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심심풀이 게임앱도 다운받아 본 적 없을 정도다.


그런데, 선착순이라니!!

전교 천 명이 몰려드는 3월 방과후 학교 신청이 선착순이라니!! 더군다나 3월에 신청한 강좌는 1학기를 쭈욱 가게 되어있는 시스템. 만약 원하는 강좌를 3월에 놓치면, 대기자 명단으로 1학기를 보낼 수도 있다.

엄마의 손가락 속도전이 우리 아이의 풍성한 학교생활의 관문이라니!!

전쟁이다!


3월 6일 월요일 오후 7시!

학교 홈피에지 방과후 학교 신청 텝이 열리는 시간!

주말부터 몽실이와 어떤 방과후 강좌를 신청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사실 엄마의 마음 속엔 2~3개의 강좌를 마음먹고 있었다. 4년간 근무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경험, 학부모들의 평, 그리고 아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강좌를 몇 가지 추려놨다. 이것을 아이에게 설득하여 마치 몽실이가 원해서 선택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엄마의 첫번째 과업이다.


다행이 몽실이는 엄마의 마음과 같은 강좌를 선택해줬다. 우리가 신청하고자 하는 강좌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이기도 하다. 쿠키를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특히 저학년 아이들이 환호하는 부서! 제일 먼저 잡아야 하는 부서는 쿠키 클레이부!


 6시 45분!

노트북을 거실에 꺼내놓고, 대학생 큰딸에게 sos를 보냈다. 인기있는 아이돌 티켓팅도 당당히 성공한 실력이니, 초등 방과후 학교 신청 정도는 능수능란하게 해 내리라는 믿음에서이다.

그런데, 미리 초기 비밀번호를 바꾸고, 로그인을 하며 방과후 신청 탭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큰애 얼굴도 왠지 초초해보인다.


 "엄마, 이거 내 수강신청 하는 거 보다 떨려!"

 큰애가 너스레를 떤다. 그리곤 네이버 표준시계까지 켜더니 정확히 6시 59분 45초에 새로고침을 해야 한단다.

 "열렸어!"

  큰애가 소리를 친다.

 "쿠키 클레이 성공! 또 뭐랬지?"

 "독서 논술!!"

 나도 숨이 찬다.

 "오케이! 성공!"


 신청하는데 3초도 안 걸린 거 같다.


 "우와~ 엄마 대단해, 벌써 다 마감되었어!"

 마우스에서 손을 떼던 큰애가 놀라 눈이 동그레진다.

 "엄청난데, 방과후 경쟁력!"

 "고마워, 네 덕분에 큰 일 치뤘다~ 엄만 진땀이 다 난다야."

 

 

숨막히는 그 모슨 순간을 지켜보던 몽실이, 한마디 한다.

"언니랑 엄마랑 대단해!"

 대단한 건 엄마가 아니라 언니지. 아니, 해마다 이렇게 방과후 학교 신청을 했을 우리 학부모들이 대단한건가?



<방과후 학교 tip>

방과후 학교는 학생들이 정규 수업이 끝난 후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부차적인 학교 교육 활동이다. 피아노, 영어, 주산, 한자, 댄스, 미술, 바이올린, 농구 등 다양하다. 학교 여건에 따라 개설된 강좌수나 내용은 다를 수 있다. 몽실이 학교에서는 약 20여개의 강좌가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한 강좌에는 대략 20여명의 학생이 수강한다.

 강의료는 무척 저럼한 편. 교재비를 합하고도 3만원 남짓이니, 보통 저학년은 2~3개의 강좌를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방과후 부서를 잘 활용하는 것도 자녀 관리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방과후 강좌를 선택할 때는 우선 내 자녀의 의견,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후 결정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수강해보니 맞지 않는다면 추후 결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주는 것도 좋다. 방과후 개설 부서는 예체능과 학습관련 부서가 많으니 이를 적절히 안배해서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또한 이미 그 강좌를 수강해본 주변 선후배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인기있는 강좌는 인기있는 이유가 반드시 있는 법.

 또 학교마다 1년에 1~2번 방과후 학교 공개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니 시간이 되면 공개수업을 참관하고 수강신청할 때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엄밀히 말하면, 방과후 학교는 학교에서 운영한다기 보다는 학교에서 장소를 빌려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강좌 선정, 강사 선발 및 관리는 학교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강사들은 학교 직원이 아니다. 학교에는 방과후 학교 운영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한 교사가 있고, 실질적인 방과후 업무를 처리하는 방과후 실무사가 상주해있는 경우가 많다.

 종종 학부모들께서 방과후 관련 문의를 담임 교사에게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학교에 낯선 1학년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 관련 업무는 담임 교사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담임교사는 문의가 들어오면 방과후 실무사에게 연락하고, 이를 다시 학부모에게 전달해야 한다. 담임 입장에서는 피곤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니 방과후 관련 문의는 각 학교의 방과후 실무사(또는 방과후 코디)에게 직접 연락해서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미리 안내된 방과후 학교 실무사 전화번호를 기억해 두거나 메모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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