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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릴라 Mar 18. 2020

내가 좋아하는 가수, 전찬준

삶의 순간마다 그의 노래가 있어 더 행복하다.

음악도 노래도 가수도 잘 모른다. 내가 아는 노래는 2000년대 초반 정도까지이고, 이후로는 이미 알고 있는 노래를 바꿔가며 가끔 듣는다. 새로운 노래도 듣고 싶은데, 그런 건 어디서 찾는 건지 방법을 모르겠다. 이런 나에게도 좋아하는 가수는 있다. 전찬준이다.


5년 전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마지막 순서로 노래를 부르러 온 가수 전찬준을 만났다. 처음 보는, 혼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그에게, 그의 노래에 반했다. 노래 중간 중간에 자신에 대해서 수줍게 말하는 모습이 그의 노래와 참 잘어울렸다. 노래는 모두 태국의 빠이에 가서 만든 노래라고 했다. 'I Like Tai local food'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동일한 제목의 노래는 듣자마자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당장 태국에 가서 태국음식을 먹고 싶었다. 강연이 끝나고 그 자리에서 같이 갔던 지인들과 가수 전찬준의 시디를 샀다. 그렇게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팬이 된 후, 내 삶의 순간들에 항상 그의 노래가 있다. 노래를 듣다가 여행을 가고, 창이 큰 집에서 살고 싶다는 그의 노래를 매일 부르다가 정말로 창이 큰 집으로 이사를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손이 젖었는데 갈증이 풀리는 건 알 수가 없네요.'라는 노래  가사를 떠올린다. 5년 전만해도 전혀 모르는 가수였는데,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그의 노래와 이렇게 계속 함께 하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그의 첫번째 앨범 <그리운 목소리들>의  <I Like Tai local food>는 들을 때마다 태국 음식이 먹고 싶게 만들고, 태국에 가고 싶게 만든다. 이 노래를 매일 듣다 결국은 태국의 빠이로 여행을 떠났다. 전찬준의 노래를 같이 들었던 지인 둘과 같이한, 순전히 <I Like Tai local food>로 인한 여행이었다. 여행 내내 그의 노래를 들었다. 그의 노래는 우리 여행의 O.S.T였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우리는 만나는 태국 사람마다  <I Like Tai local food>를 들려주었다. 당연히 처음 듣는 노래였겠지만, 태국 음식이 좋다는 흥겨운 노래를 모두가 즐거워했다. 그의 노래로 우리의 여행은 더 풍성해졌고, 이 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여행 중 하나이다.


전찬준의 노래로 가게 된 태국 빠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


시간이 흘러 나는 임신을 했고, 같이 여행을 갔던 지인 한 사람은 서점을 열게 되었다. 전찬준의 노래로 태교를 한다는 나의 말에 서점을 하는 지인이 그를 책방 콘서트에 초대했다. 5년여 만에 그의 노래를 가까이에서 듣게 되는 것도, 누군가 나를 위해 콘서트를 기획했다는 것도 너무 행복한 일이었다. 출산을 한 달 앞두고 책방 콘서트에 가서 노래를 듣고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임신 기간 중에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나의 미래에도 여전히 그는 존재한다. 여행을 같이 갔던 지인들과 이번에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전찬준이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 우리가 가면 커피를 대접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의 두번째 앨범 <I'm island>는 제주도로 이사간 후 만든 음악들인데 이 여행에는 두번째 앨범이 O.S.T가 될 것 같다.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찬준의 덕분으로 이루어진 그 여행은 역시나 즐거울 것이다.


가끔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공연은 어디서 하는지 살펴 보곤 한다. 그의 글을 좋아해서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세번째 앨범 소식을 알기 위해서이다. 5년간 두 장의 앨범을 냈으니 세번째 앨범은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될까. 그의 노래도 기대되고, 그의 노래가 내 삶에 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지도 기대된다. 그를 잘 모르지만, 유명하지 않은 가수로 사는 삶이 녹록하진 않을 것 같다. 사실은 그가 혹시라도 다음 앨범을 안 낼까봐 혼자 노심초사한다.


당신의 노래로 인해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당신의 노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혹시 힘이 될까. 전찬준 가수님, 항상 응원합니다.


책방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는 가수 전찬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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