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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릴라 Jun 21. 2021

돈으로 친구를 샀다

내돈내산, '창고살롱' 후기

나는 어디서나 이방인이었다. 내향적이고 인간관계에 서툴렀던 나는 주류에 끼지 못하고 구석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공상을 하는 아웃사이더였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혼자라서 더 좋은 척했지만 사실 외로웠다. 그래서 어디서든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 헤매며 다녔다.    

   

마음 맞는 독서 모임을 만났고 드디어 찾았구나 싶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을 하고 나면 다시 한 달을 살 힘이 생겨났다. 임신, 출산, 코로나로 독서모임이 뜸해졌고 다시 외로워졌다. 그러던 중 ‘창고살롱’을 만났다.      


‘창고살롱’을 만났다     

시즌 2 <위험한 요리사 메리> 스토리 살롱 @창고살롱


처음에는 그저 좋아하는 브런치의 홍밀밀 작가님이 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독서 모임만이 아니라 강연, 소모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였다. 창고살롱의 첫 번째 줌모임에서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저 빼고는 다 서울 분들이시네요. 저만 사투리 써서 말하기가 좀 그런데..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이 말을 듣고 다음날 여러 번 따라 하며 놀렸다. 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양 있는 서울말을 쓰는 수도권 사람들이었고, 경력도 화려하고, 똑똑하고, 말도 잘했다. 의기소침해졌고 괜히 가입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방 사범대를 나와 교사를 하다가 육아휴직 중인 시골에 사는 평범하고 촌스러운 사람인데 여기에 있는 세련된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역시 여기서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겠다고.     


하지만 3개월에 20만원 정도를 이미 냈고, 육아로 지쳤던 터라 어른의 대화가 너무 그리웠다. 어색했지만 성실하게 일주일에 한 번 줌에, 소통 채널인 슬랙에 참여했다. 줌으로 이야기하다가 깨서 우는 아이에게 달려가기도 하고, 어두운 방에서 아픈 아이를 안고 참여하기도 했다. 시즌 1과 시즌 2까지 끝낸 지금, 창고살롱은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이다.     


최근에 내가 회피형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됐다. 회피형 성격의 특징 중 하나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웃기다’, ‘웃긴 이모’와 같은 평가를 듣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있을 때는 필요한 말만 한다. 대학 첫 번째 과모임에서 한 선배가 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는 나를 보고 말을 못 하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    

  

조금만 더 자신을 드러내면 좋을 것 같아요     


‘창고살롱’에서도 처음에는 모두를 경계하는데 힘을 많이 썼다. 어느 날, 글쓰기 살롱에서 현진님이 나의 글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살롱 IN 살롱 <글쓰기 살롱> @창고살롱
이미 다 충분하신데 조금만 더 자신을 드러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짧은 말은 감추려 애쓰는 나를 꿰뚫어 보고 있었고 따뜻한 위로와 진심 어린 조언을 담고 있었다. 이 말은 제법 오랫동안 남아 나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창고살롱 안에서 타인이 나를 알아봐 주고 궁금해해 주는 일, 지지받고 응원받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어릴 때 내가 듣고 싶던 말을 아이에게 해준다고 생각하니까 위로가 많이 되더라고요."

"글 열심히 읽고 있지만.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점점 많아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을 거라면서도 타인의 평가에 가장 신경 쓰던 나는 그들의 편견 없는 따뜻한 관심에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온라인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운영진이 만들어 놓은 안전한 판 위에서 느슨하게, 하지만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었기에 서로에게 더 진솔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날 그날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면 한 번도 입 밖으로 내 본 적 없는 솔직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스스로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떤 말도 오해하지 않고 받아줄 거라는 믿음과 상처가 묻어있지 않은 온라인 공간이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     


사람이 좋아졌다     


시즌 1 마무리 밋업 @창고살롱

처음엔 나와 달라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는데 어느새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각자 너무도 다르지만 사는 고민이 비슷했고, 비슷한 것 같으면 또 달랐다. 마음을 나누는데 비슷하고 다르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와 다른 생각에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모두 다른 서사가 있다는 것, 단순해 보이는 행동 이면에 그 사람의 삶이 있다는 것, 모두 다르지만 또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길을 걷다 보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좋아졌다.     


‘창고살롱’은 나 자신이 지금 이대로 충분한 존재라고 말해준다. 뭐든 다 괜찮다고 말해준다. 할 수 있다고 한 번 해보라고 한다.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창고살롱과 창고살롱 속의 친구들이 있어 힘을 내고 어디로든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온라인으로 만난 친구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을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른다.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진 않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친구도 인연이 오래가기도 하고 연락이 끊기기도 한다. 난 이미 충분히 위로받고, 지지받고, 연결되었다. 친구에게서 받을 수 있을 것을 다 받았다. 나는 과연 받은 만큼이라도 돌려주었나를 돌아보게 될 뿐이다.      


일과 육아로 지쳐있는 여성, 다른 사람은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같다고 생각하는 여성, 새로운 것을 시작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나는 여성, 다른 여성들과 찐한 우정을 나눠보고 싶은 여성, 나만 혼자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 모든 여성들에게 ‘창고살롱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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