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릴라 Jan 04. 2024

2023년을 정리하는 글

일 년을 돌아보다

이상하게 외롭다는 생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일 년이었다. 분명히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힘들었다. 그래서 정리해 봤다. 일 년 동안 내가 뭘 했는지를.


1. 건강


1.1 체중 64kg → 58kg

결혼하고 매년 1kg씩 살이 쪄서 10kg 정도 쪘는데 올해 여름에 6kg 빠지고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여름에 입맛이 없어서 덜 먹게 됐는데 일주일에 1kg씩 빠져서 나중에는 살을 더 안 빼려고 일부러 먹어 유지했다. 고기나 빵, 치즈 같은 음식이 잘 소화가 안되고 저녁에 많이 먹으면 새벽에 속이 쓰려 잠이 깬다. 소화가 안되니까 조심하게 되고 먹는 양이 줄었다.


1.2 수면

여러 가지 방식의 수면을 실험해 본 결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수면 루틴은 밤 9시 정도에 자서 새벽 5시쯤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새벽에 자꾸 깬다. 한번 깼다가 다시 잠에 못 드는 건 일상적이고,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는 것 같다. 수면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 잠을 잘 자고 싶다.   


2. 성취


2.1 기록의 시작

2023년의 목표는 “기록과 청소를 매일 대충 하기”였다. 기록은 매년 다짐하는 목표인데 올해는 어느 정도 이뤘다. 구글 드라이브의 Docs와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를 알게 되면서 여기저기 조금씩 기록하던 것들을 하나에 모으게 됐다. 읽은 책, 영화, 아이의 말 등을 기록했다. 10년 일기장도 꾸준히 썼다. 2023년의 가장 큰 성취는 드디어 기록을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청소를 매일 한다는 목표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도 하지 않았다.)


2.2 인공지능과의 만남

4월부터 7월까지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인공 지능 연수를 받고 1학기 학교자율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전학공 담당자이면서 교사동아리 반장을 맡아 일을 했는데 그 덕분으로 많이 배웠다. 이걸 시작으로 2학기에는 학생들에게 방과 후 프로그램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개설해서 가상 토론 결과물을 만들었다. 학교밖에서도 디지털소비자협동조합에 가입하여 아이와 함께 디지털교육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다.  내 인생에 평생 없을 것 같았던 인공지능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되었다. 인생은 알 수 없다.


2.3 작가 인터뷰의 날

학생들과 작가 인터뷰의 날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1학기에 모둠별로 책을 선정해서 읽고 서평을 쓰고 작가님을 섭외해 인터뷰를 했다. 17명의 학생들이 정지아, 서정홍, 심귀연, 채도운 작가와 인터뷰를 하고 왔고 2학기에는 이를 바탕으로 인터뷰 에세이를 작성했다. 인터뷰 에세이는 학교 문집으로 제작해 출판 기념회까지 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고맙다고 말해줘서 보람이 있었다.

3. 아이의 성장


2023년 12월 기준 17.6kg, 104cm (60%)

일 년 동안 몸도 마음도 정말 많이 컸다. 잘 울고 순해서 걱정이 있었는데 이제 커서 우는 것도 많이 적어졌고, 친구에게 싫다는 표현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역할 놀이를 할 수 있고, 먼저 다가가서 놀자고 말할 수도 있다. 엄마, 아빠 옆에서 혼자 노는 방법도 안다.  단추를 끼우고, 지퍼를 올릴 수 있고, 과자 봉지도 가끔 뜯을 수 있다. 자기 이름을 쓸 수 있고, 받침이 없는 쉬운 한글은 읽을 수 있다. 숫자는 10까지 세고 구분할 수 있다. 밥이나 간식을 먹을 때 엄마, 아빠도 먹어보라며 나눠줄 수 있다.

4. 콘텐츠


4.1 책 - 백 년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과연 백 년의 근친상간이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애정사가 흡입력 있고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묘사해 공감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라고 보여주는 책. 언젠가 다시 본다면 그때의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2023년의 나는 인간의 고독에 대한 책으로 해석했다.


4.2 영화 - 더 웨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초고도비만 찰리가 죽기 전에 자신을 원망하는 딸과 시간을 보내려 애쓰는 모습이, 자기 파괴 행위인 줄 알면서 피자와 핫도그를 마구 쑤셔 넣는 모양이, 그러면서도 새에게 먹을 걸 나눠주고, 자신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는 절규가, 그 모든 장면이 너무 마음이 아파 다시 볼 엄두는 안 난다. 다만 사람은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는 말, 사람이 타인을 구원할 수 있는가의 의문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4.3 팟캐스트 - 정희진의 공부

정희진 선생님의 팟캐스트가 2월에 시작됐다. 팟캐스트 속 매거진으로 월 1회 발행하는 형태이다. 매달 주제가 정해지고 그 안에서 한 장면의 인생, 한 문장의 세계, 앎의 쾌락과 약간의 통증 등의 코너가 진행된다. 정희진 선생님의 새로운 관점을 매달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어 기쁘다. 선생님의 감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선생님과 알고 지내는 느낌도 든다. 매거진이 발행되는 매달 5일을 애타게 기다린다.


5. 2024년에는

2023년에 기록을 시작했다면 2024년에는 완결된 글을 더 많이 쓸 수 있을까. 왠지 자신이 없어서 쓰겠다고 선언하지는 못하겠다. 2024년에는 브런치에서 더 많은 글을 발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에 말하고 싶은 한 가지 주제가 생기면 좋겠다.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아이는 마을사람들의 눈빛이 키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