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스타트업을 만나 조언하는 과정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대한 편향적 생각이나 왜곡 등이다. 대표적인 오해 몇 가지를 살펴보자.
스타플레이어들이 있으면 최고의 조직이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늘 최고의 인재 영입을 꿈꾼다. 회사의 재무 상태나 성장 단계와 무관하게. 하지만 과연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아 놓으면 최강의 조직이 될 수 있을까? 덤앤더머들만 모인 것보다는 낫겠지만 우수한 개인들의 조합이 최상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탁월함이 조직 안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채 평범하게 변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특급 인재만을 찾아 헤매기 전에 해당 스타트업이 최고의 인재를 모셔 올 그릇은 되는지, S급 인재를 관리할 역량은 갖추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자다?
벤처 인큐베이팅 전문가인 미국의 Bill Gross는 스타트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로 Timing을 꼽았다. 관련된 사례로 에어비엔비를 들었는데, 숙박공유업은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대박이 난 것은 적절한 타이밍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에어비앤비가 사업을 개시할 당시에 미국은 장기 불황 국면이라 많은 사람들이 돈이 궁한 상태였기 때문에 빈방을 빌려주는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을 너무 앞서갈 경우 못 버티고 망한다면 선구자는커녕 남의 성공에 밑거름만 제공할 뿐이다. 내 사업이 이제 막 피어나는 시장인지, 아니면 단물이 다 빠지고 있는 시장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필요한 모든 것은 외부에서 조달하면 된다?
아웃소싱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할 핵심 역량도 아웃소싱하려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AI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러닝 알고리즘을 외주로 개발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업에서 코어가 되는 영역은 내부 인력으로 확보해야 사업 방향과 성장에 발맞출 수 있다.
각자 할 일만 묵묵히 하면 장땡이다?
조직 구성원이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는 것은 긍정적 신호인가, 부정적 조짐인가? 회사가 어디로 가든 말든 내 할 일만 욕먹지 않고 하면 된다는 생각은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몇 명밖에 안되는 스타트업에서도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이유가 뭘까? 회사의 방향, 비전, 장단기 목표가 조직 내에서 원활히 공유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조직력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구성원들이 조직 목표와 리더십에 공감하며 협력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끊임없이.
완벽한 기획이 성공을 보증한다?
완벽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기획만 죽어라 하는 창업자들을 가끔 보게 된다. 너무 안타깝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무라는 게 아니라, 실행 없이 머릿속에서 기획만 하니까 안타까운 거다. 옛날에는 시장 대응 속도가 느려도 어느 정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속도에 목숨 걸지 않으면 바로 낭떠러지다. 스타트업이 생존하려면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최소요건제품(MVP)를 재빠르게 만들어 출시하고 시장 반응을 계속 측정해 가며 보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