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맺으며
운전면허를 따고서 처음으로 주행할 때의 떨림을 기억하는지요? 대부분의 초보운전자는 차선을 바꾸지 못해 엉뚱한 곳에 가거나, 좁은 곳에 주차를 하면서 쩔쩔맨 경험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해보는 프레젠테이션은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 마련입니다. 실수 때문에 눈물 쏙 빠지게 욕을 먹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실수와 좌절을 경험할수록 프레젠테이션의 질은 점점 더 좋아지며 탁월함에 가까워지는 법입니다.
감동을 주는 특급 발표자가 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읽기, 쓰기, 말하기, 설득력, 논리력, 집중력, 시각요소의 이해, 상상력, 인문학 소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두루 탄탄한 기본기가 필요합니다. 이 중에서 무엇을 먼저 익히는 것이 좋을까요? 필자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합니다.
"최고의 발표자가 되려면 먼저 프레젠테이션을 바라보는 시각과 마음가짐을 완전히 리셋(Reset) 해야 합니다."
우선, 고민 없는 베끼기를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콘텐츠 구성, 전달 방법, 청중 등에 대한 큰 고민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누군가가 여러 번 사용했던) 슬라이드 자료를 재탕, 삼탕 해서 대충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한다는 말입니다. 탁월한 발표자가 되려면 이런 습관과 결별해야 합니다. 슬라이드에 대한 지나친 의존, 디자인 짜깁기, 앵무새 같은 전달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하십시오. 어떤 이들은 프레젠테이션을 잘해보려고 파워포인트 가이드북을 달달 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파워포인트책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파워포인트 활용법을 익히는 것은 시각자료 제작도구를 잘 쓸 수 있게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탁월한 발표자이지 능숙한 기술자가 아닙니다.
파워포인트 익히기, 슬라이드 디자인 가이드 같은 실용서 보다는 인문서적에 흠뻑 빠져 보거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음악, 영상, 글자, 내레이션이 모두 들어간 걸작 다큐멘터리를 많이 접해 보기 바랍니다. 잘 만든 영상물에는 뛰어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주제를 어떤 흐름으로 풀어내는지, 중요 부분을 어떻게 강조하는지,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 설명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등에 대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관찰하는 것도 훌륭한 발표자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가벼운 이야기나 정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습관을 가져 봅시다. 필자는 출퇴근할 때 지하철 객차 내의 광고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광고 속에 담긴 메시지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으며, 이미지와 텍스트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주의할 점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광고를 쳐다봐서는 안되고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편의 광고가 한 장의 슬라이드라고 생각하면서 바라보면 뜻밖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고의 발표자가 되려면 기존의 낡은 것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물론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할 때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실패를 피하는 것은 성공을 피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고요? 아닙니다. 오직 실패만이 성공의 어머니입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실패의 공포를 이겨내고 세상과 마주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시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 시각을 정교하게 다듬을수록 통찰력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쌓일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발표의 평범함과 비범함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의 두려움과 맞서라’는 여기까지 입니다. 부디 제 글을 읽은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관찰하고 숙성시킨 경험을 발표에 녹여내어 최고의 발표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