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언제나 그 자리에

by 낭만 언니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바뀌어 있다.


겨울이라서 더 꽁꽁 여미게 되고, 겨울이니까 걸음걸이도 빨라지고 앞만 보고 걸었다.

매일을 그냥 지나쳤던, 특별할 것 하나 없던 가로수, 횡단보도, 가로등, 길가의 가게들 사이로 고소한 붕어빵 냄새로 겨울임을 실감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가로수

횡단보도가 원래 저기 있었나

가로등이 저렇게 생겼구나

바뀌지 않은 간판 아래 희미한 네온 사인.


겨울에만 보이는 붕어빵 리어카는 반가웠고

여전한 것은 고마웠다.


해가 바뀌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은 나이에 반비례하고

아푸지만 않으면, 무탈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바램만 사무친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다.

지키고 이어나가는 삶의 힘듦과 고단함을 묵묵히 수행중인 것이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도 늘 그 자리에 있던 것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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