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by 낭만 언니

바쁘다, 장보기 물가가 넘 비싸다, 식구들 입맛대로 먹을 수 있다 등등

이 핑계 저 핑계로 배달 음식, 외식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바깥 음식을 이렇게 먹어도 괜찮을까?

괜히 혼자 찔려서 김치찌개에 계란말이라도 해야지 싶은 날에는

식구들의 귀가가 늦다는 알림이 이어지고, 그렇게 또 각자 알아서 배달음식, 외식으로 넘어갔다.


부산에 친정엄마가 온다는 연락이 왔다.

아무것도 하지 마래이.

느그집에 김치 있나?

뭐 좀 가져 가꼬?


우리집에도 다 있다, 엄마.

무거운데 괜히 들고 다니고 그러지 마.


여든이 넘은 엄마는 몇년 전 부터 혼자서 시외로 다니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타지에 사는 딸집에 오고 싶어 애꿎은 여동생을 쑤셔댄 모양이다.


인정많고 손이 큰 엄마는 언제나 풍성했다. 그리고 고집도 셌다.

말려도, 필요 없다고 해도 소용없다. 엄마 마음이다.

분명히 자동차 트렁크가 가득 차도록 채워서 올 것이다.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엄마의 귀한 나들이에 오랜만에 근사한 집밥을 준비하기로 했다.

가리는 거 없는 엄마지만, 그래도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게 없을까 신경이 쓰였다.


엄마의 전화번호가 내 휴대폰에 떴다.

애들 좀 주차장으로 보내 봐라.


애들, 엄마, 여동생 모두 양 손 가득이다.

보따리 보따리 마다 뭐가 들었다고 설명하기 바쁜 엄마다.

아직 살아 있을 끼다.

커다란 전복을 꺼내 보여준다.



KakaoTalk_20260108_104352300.jpg � 엄마 오기 전 �
KakaoTalk_20260108_104352300_02.jpg �엄마 오고 나서 �



싱싱한 전복까지 합세한 집밥 한 상이 차려졌다.


이런 것도 할 줄 아나

이거는 우째 한 기고?


칭찬에 박한 엄마 입에서 나온 말에 신이 났다.

실은 보기만 그럴듯 하지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건데.

역시 음식은 플레이팅이 반이라며 속으로 키득거렸다.


엄마 덕분에 내 어깨는 하늘을 향하고, 잘 먹는 식구들을 보니 기분도 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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