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가치
체크리스트 이야기 31
최근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가는 일이 부담스러운 일이 됐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병원에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감기가 심하다 싶어 동네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가는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지만, 제대로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이 되면 걱정이 커진다.
우선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부터 고민이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기저기 물어 결정하고 나면, 이번엔 진료 예약이 참으로 어렵다. 대학병원이나 대형 병원의 첫 진료인 경우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하고, 심지어 1년이 지나서 예약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어렵사리 진료 일정을 잡고 나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당일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면 지루한 대기 시간을 견뎌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담당 의사를 만나고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고 나면 진료시간이 끝난다. 채 몇 분이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1분이 안 돼 진료가 끝나기도 한다.
그땐 정신이 없어 잘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허무하고 아쉬운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아픈 상태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궁금했던 것도 물어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찜찜하다. 다시 몇 달 후에나 의사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병원과 의사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고 똑똑 지 못한 자신이 밉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음에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상책이다. 짧은 진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으로 '메모 준비'가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왕의 수고가 생산적이 되기 위해서는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좋다. 진료 시 사용할 체크리스트 만들기 작업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도 기록으로 남아 유용한 정보가 되고, 다음 진료나 또 다른 진료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는 일회용 메모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생산적 도구이다.
진료 체크리스트의 내용은 개인의 맥락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현재의 몸 상태에 관한 내용, 그리고 언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경과에 관한 내용, 그리고 잘 이해가 되지 않거나 확인이 필요한 사항 등을 정리하면 좋다. 이때 가능한 숫자로 말하면 의사와 소통이 더 잘된다.
다만 의사 앞에서 체크리스트를 보고 얘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꺼려진다. 그러나 그런 눈치를 보기엔 너무 중요한 시간이다. 일부지만 질문하지 않으면 필요한 내용을 설명해 주지 않는 의사도 있다. 환자의 준비는 의사 입장에서도 좋은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가치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좋은 의사를 만났고, 몸의 문제가 잘 해결되리라는 믿음이다. 체크리스트는 환자 주권 회복 운동의 배후다.
진료 체크리스트
● 나의 상태
□ 아픈 상태 및 느낌 (가능한 숫자로 표현)
□ 다른 병원 진료기록
□ 병력, 복용 중인 약, 가족력
□ 신체 상태: 신장, 체중, 혈압, 혈당 등
□ 생활 습관: 흡연, 음주, 운동, 식습관 등
● 경과(시작 시점과 흐름)
□ 언제부터(가능한 숫자로)
□ 이후 경과 및 기록
□ 특별한 사건
● 궁금한 점
□ 증상의 원인
□ 해서는 안 되는 행동
□ 금해야 할 음식
□ 해야 할 행동
□ 먹으면 좋은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