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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Sep 21. 2021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

세월이 분다


뇌졸중과 뇌경색은 같은 말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혈관 질환 또는 중풍으로 불리는 뇌졸중 안에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누어진다. 어떤 경우든 심각한 후유증이 올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9.14(화) 오전 8시경에 먹고 난 밥그릇을 치우는 중에 어지러움이 생겼다.  처음엔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점점  심해져 결국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세상이  돌아 도저히 일어설 수 없었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내의 이름을 수 차례 불렀다. 다행히 아내가 뛰어오고 아들이 같이 왔다. 아내는 나를 부축해 거실 소파에 옮겨놓았다.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집 강아지 코코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다. 119를 부르자는 아들의 소리에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했다. 이번엔 구토가 시작됐다. 아내는 큰 스테인리스 통을 가져왔고 주기적으로 구토는 계속됐다. 결국 119를 불렀다. 수지 주변 119 차량이 동이 나 분당에서 출발해 약 20분 정도 지나 도착했다. 우리는 분당서울대병원에 가지고 하였으나, 119 대원이 그곳은 응급실 상황이 복잡하고 대기 시간이 길어 분당 제생병원으로 가자 했다. 조금 내키지 앓았지만 어떤 여유도 없었다.  차에 몸을 싣고 생병원 응급실에 도했다.



일사천리로 수속이 진행되고 CT인지 MRI 촬영을 했다. 검사 결과에 관한 소견이 나오기 전에 이비인후과 검사를 받고 이비인후과 외래 권유도 받았다. 중간에는 초음파 검사를 하러 검사실에 갔더니 착오가 생겼다 하여 도로 응급실로 돌아오 일도 생겼다. 아내 아는 의사에게 전화해 병원을 옮겼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는데, 긴급 상황이면 그곳에서 수술이나 처치를 받고 아니면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옮기는 것도 좋겠다고 하였다. 나와 가족은 병원 측에 그렇게 전달했다. 잠시 후 MRI 결과로 뇌경색 증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긴급한 상황은 아니고 약물 처방으로 치료 방향이 잡혔다. 그런데 병원 측은 입원과 신경과 진료 일정을 알려왔다. 전원을 하겠다는 우리 가족의 입장을 여러 차례 분명히 전했음에도 무시되었던지,  아니면 자체 소통이 안 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딴 소리 하는 것에 분노가 생겼다. 가족들은 빠르게 움직여 그곳 영상 자료 등을  받아 결국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언제나 그렇듯이 비교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내용이 많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우선 시설이 달랐고 시스템이 달랐다. 내가 가야 할 곳이 정확히 정해져 있었고 바로바로 의료진들이 역할을 해주었다. 막연한 불안감 같은 느낌은 사라졌다. 응급실 차원에서 필요한 검사를 마치고 주치의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신경과 초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마치 기계가 돌아가듯 간호사들이 계속 움직였다. 기계와 다른 점은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면서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좋았다. 수차례의 검사가 있었고 여러 명의 의사들이 다녀갔다. 왼쪽 소뇌에 큰 손상이 왔지만 다행히 막현던 혈관이 렸고 오른쪽 소뇌가 지원 역할을 하여 시간이 지나면 정상 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이었다. 다만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고 재발 확률이 있어 상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현재 상태와 향후 치유 방향이 잡혔기 때문에 이틀 만에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상태가 호전되는지를 보고 최종 퇴원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사이에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간단한 재활치료를 했다. 특별했던 것은 뇌졸중 관련 교육이었다. 담당 의사는  사람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한 사람씩 사진 정보를 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진행했다. 다른 사람 얘기는 다소 지루했지만 평소 짧은 의사들의 말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했다. 별도로 진행된 뇌졸중 환자의 일상에 대한 강의도 매우 유익했다.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 됐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길 들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을 사(死) 자가 어느 날 저녁 갑자기 비수에 꽂다는 말인 것처럼 사람의 운명이 순간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지금껏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준비하는 삶포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혼자 눈감는 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헤어짐이 두려워' 산울림의 오래전 노래  '독백'의 가사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짐은 참을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도  마음에  아픔으로 새삼 깨닫게 됐다.



퇴원이 자꾸 미뤄져  열흘을 넘기게 될 것 같다. 아튼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생각으로 살아야겠다. 너무 많은 것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과 내가 잘할 수 있는  몇 가지에 집중해야겠다. 조금 늦은 것도 같지만 나에게는 제2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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