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서로 배치를 받고, 반년이 훨씬 지났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새도 없이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홍대리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것에 만족하며, 그간 마음에 열정을 품고 노력했던 과정을 찬찬히 떠올렸다.
처음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로 달라진 점이 많았다. 전혀 지식과 경험이 없었던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가 생겼고, 관리해야 할 고객도 제법 생겼다. 그 결과로 영업 실적이 생겼고, 무엇보다도 꾸준한 시간 관리 노력을 통해 낭비 없이 일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점이다. 최근에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어 낸 것도 큰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참 열심히 살아왔단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가지고 있는 시간은 그대로인데 할 일은 점점 많아지고, 때에 따라서는 짧은 시간에 높은 수준의 목표를 달성해야 할 일도 종종 생기게 되면, 단지 시간을 관리하고 일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산적으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언제나 그랬듯 고민을 시작할 때는 막막하지만, 일정 시간 이상 고민을 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일단 고민을 시작했다. 홍대리는 습관적으로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꺼내 읽었다. 책을 들썩이면서 무심코 ‘효과적인 지식노동자’로 시작하는 문장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대리는‘효과적 지식노동자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찾아 읽던 중, 생산성 있게 일하는 방법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문장을 만났다.
'효과적인 사람은 원칙과 방침을 가지고 단순히 원칙을 적용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하면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문제들이 대부분 단순한 원칙 적용의 문제로 해결된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은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 고민이 필요 없다는 뜻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원칙만 적용하면 되는 문제를 괜하게 고민해 온 것이 아닐까? 굳이 고민하지 않고 원칙을 적용하면서 문제를 풀고 일한다면, 그야말로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성과를 올리는 생산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홍대리는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고, 업무 수행에 관련한 원칙을 정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껏 가지고 있는 원칙을 먼저 정리하고, 『프로페셔널의 조건』 속에 있는 효과적인 지식노동자의 행동 특성을 바탕으로 업무 원칙을 정해보았다.
홍대리의 업무 원칙
홍대리는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고, 다시 다듬어 가는 방식으로 작업한 결과, 생각보다 많은 원칙을 정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쌓아온 모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원칙을 세웠다고 생각하니, 그간의 모든 업무 경험이 다시 살아나 자신에게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조금 더 정리한 후 범주까지 나누고 나면, 훌륭한 업무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홍대리는 앞으로는 원칙에 따라 일하고, 원칙에 따라 판단하기로 마음을 먹자, 큰 고민에서 해방된 사람처럼 마음의 평화가 생겼다. 물론 언제고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면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칙을 세우고, 자신의 업무 원칙에 포함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버리지 않고 잘 정리하여 놓았다가 필요할 때 다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생산성 있게 일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한참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에서 생산성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지난 경험을 통해 쌓은 지식을 활용하지 못하고 다시 똑같은 문제를 고민하며 풀어가는 것은 비생산적인 모습이다. 홍대리는 원칙 정리를 조금 더 확대하는 개념으로 체크리스트를 생각했다. 체크리스트 역시 원칙이 주는 생산성과 높은 성과를 보장해주는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동한 김에 체크리스트가 필요한 항목을 뽑아봤다.
홍대리의 체크리스트 목록
체크리스트 목록을 만들면서, 체크리스트 역시 업무 원칙과 마찬가지로 업무의 생산성을 올려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필요한 상황에서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업무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잘 만들어진 체크리스트라면 높은 성과도 보장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홍대리가 만든 첫 번째 체크리스트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읽으면서 적용해왔던 경험을 살리고, 지속하여 실천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였다.
홍대리의 자기 관리 체크리스트
완성된 체크리스트를 보며, 그동안 노력해왔던 일을 지속하여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또한, 체크리스트를 가끔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행동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일과 더불어 평소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정하고 나니, 안정감이 생겼다. 다만, ‘이게 전부일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뭔가 2% 정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