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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Jun 04. 2024

김민기 그리고 친구


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 /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 눈앞에 떠오른 친구의 모습 /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고 /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친구/김민기(1971)-     




최근 SBS 스페셜 3부작으로 방영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가 화제였다. 유튜브에 김민기에 관련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김민기가 누구지?', '혹시 내가 알고 있던 김민기인가?' 궁금증이 생겼다. 맞았다. 그 유명한 아침 이슬을 작곡하고 노래했던 김민기이다. 나는 대학 시절 ‘아침 이슬, 친구, 아름다운 사람’을 부르면서, 도대체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했지만 알지 못했다.

  

아침 이슬, 친구, 상록수 등의 노래는 그의 의도와 관계없이 군부 독재 시절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실제로 그는 억압과 감시를 받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 말고 우리가 잘 몰았던 다른 모습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1991년에 학전이라는 소극장을 시작하면서 전에 없었던 투명하고  합리적 보상 체계를 만드는 등, 새로운 공연 예술 문화 기반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학전은 많은 배우와 가수를 길러내는 산파 역할을 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최고 배우와 가수 중에는 학전 출신이 많다.


학전의 대표 공연이 성공 가도를 달릴 때에 그 공연을 접고 김민기는 평소 사명으로 품고 있던 어린이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 판자촌 야학  활동, 달동네 유아원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 공연, 어린이를 위한 무대까지 그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썼던 사람이다. 


김민기는 우리말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우리말이 주는 생동성을 살려 아름다운 노랫말을 지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노랫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크게 움직인다. 많은 사람이 그의 노래를 함께 불렀던 이유도 그랬던 것 같다. 아침 이슬은 마음을 비장하게 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 상록수는 주먹을 불끈 쥐게 하고, 자랑스럽지만 크게 누리지 못한 삶 그린 늙은 군인의 노래는 음을 서글프게 한다.


그의 노래, '친구'도 그렇다. 하늘과 물이 구분이 안 되는 비 내리는 바다의 모습으로 먼저 간 친구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보이는 듯, 들리는 듯 친구를 향한 마음은 간절한데 기차 바퀴처럼 무심히 움직이는 세상은 야속하기만 하다. 노래 '친구'의 가사를 살펴보면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 한자어 몇 글자를 빼고 거의(90%) 우리말로 쓰였다. 그의 노래 중에는 100% 우리말로만 쓰인 노랫말도 있다. 아마도 그의 노래가 느낌이 깊고 울림이 큰 이유일 것이다.

    


김민기의 친구를 들으면서 나는 세상을 떠난  친구 떠올랐다. 언제고 만나자 하면 반가워했던 친구.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와서 기다렸던 친구. 해맑은 표정으로 크게 웃던 친구. 끝까지 남아 다른 친구를 챙겼던 친구. 어려운 사람이 파는 물건을 굳이 사주었던 친구. 험한 세상에 모범 시민이었던 친구. 김민기의 친구를  부르면 이제는 볼 수 없는 내 친구의 모습과 들을 수 없는 친구의 음성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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