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길동 May 01. 2024

5월은 감사

세월이 분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와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감사 없이 행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행복은 감사하는 사람의 것이다.




5월엔 감사한 날이 많다.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를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5월은 좋은 날의 연속이다. 반대로 감사를 전하는 행사가 많아 힘들다고 생각하면 5월은 고생스러운 날의 연속이다.


5월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 많다.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바뀌고 빨간 장미가 돋보인다. ‘당신이 빨간 장미라면, 나는 하얀 안개꽃이 되고 싶어요. 나 혼자만으로는 아름다울 수 없고, 나 혼자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고~’ 시인 이채의 ‘5월의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름다움과 행복의 본질을 꿰뚫는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보다 감사한 일은 없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세계적으로도 노동절(May Day)이다. 이날은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지위 향상을 위한 연대 의식을 다지기 위한 법정 기념일이다. 그러나 법정 공휴일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따르는 기업은 휴일로 지정하거나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공무원 등은 정상 근무를 한다. 휴일 제도의 불공평성은 논외로 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노동자의 수고에 감사를 전하자.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3.1 운동 당시 민족 대표였던 의암 손병희의 사위 소파 방정환(1989~1931)은 일제 강점기에 마음껏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 역시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의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아이들을 ‘어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1922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했다. 어린이가 없는 세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어른이 어린이날에 할 일은 너희가 있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일이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출발은 어머니의 날(1956년)이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함께 감사를 전하는 어버이날(1972년)로 바뀌었다. ‘부모는 내 뱃속의 음식과 같아서 부모가 돌아가시면 배고프고 허전해진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글은 살아 계신 부모님께 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 날은 '겨레의 스승'으로 꼽히는 세종대왕 탄신일에서 따왔다. 배우는데 반나절이면 되는 한글도 고맙지만, 사랑하는 백성을 가르치기 위해 한글을 만든 스승의 마음이 더 고맙다.


5월 18일은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이다. 1980년 5월 광주에 있지 않은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나라 밖으로 진실을 알리기 위한 몇몇 사람의 목숨을 건 행동은 우리나라를 지켰다. 그로부터 한참 후에야 광주 시민은 폭동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 됐다. 매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피 흘려 지킨 희생을 감사의 마음으로 기린다.


5월 셋째 주 토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미성년의 딱지를 떼고 성인으로서 자유를 얻는 날이지만, 성인으로서 무거운 책임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조금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마냥 좋은 날은 아니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5월 30일은 바다의 날이다. 죽음이 있어야 삶이 있고, 고통이 있어야 행복이 있는 것처럼, 바다가 있어야 육지가 있다. 우리는 바다가 주는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구의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를 지키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 일이다.


음력 4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거의 대부분은 양력  5월이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번뇌와 고통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다. 아울러 모든 생명의 행복과 안녕을 위하면서 자비의 정신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몸소 가르치기 위함이다. 감사를 전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 탓으로 5월은 여름으로 편입됐다. 5월 중순이면 에어컨 가동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한동안의 더위를 참아야 하지만 괜찮다. 상큼한 라일락 꽃향기 진동하는 자연에 감사하고, 밥을 같이 굶을 수 있는 가족에게 감사하자. 삶을 나누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피 흘려 나라를 지킨 사람들에게 감사하자. 그러면 오월은 행복한 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다운 4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