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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Aug 28. 2018

아빠의 라라랜드



딸이 '라라 랜드'를 보고 와서는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을 하기에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궁금한 마음이었다. 마침 ‘캠퍼스 씨네 21’ 대학생 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는 아들이 ‘아빠와 무비 뚜바’ 꼭지의 기사를 써야 한다며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해서 남들보다 늦게 ‘라라랜드’ 보았다. 영화가 시작됐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길에서 운전자들이 하나씩 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영화의 시작 장면은 내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했고, 완벽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져 전개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둘 관계에 위기가 찾아와 헤어지고, 다시 관계가 회복되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다. 포맷만 가지고 보면 다분히 통속적이고, 고전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통속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고, 고전적이라기보다는 현대적이다.


영화는 인생의 흐름을 담고 있고, 그 안에 희로애락이 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든 인생이 그렇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변해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어쩌면 우리는 영화의 이야기처럼 변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상대를 원망하며 한 번뿐인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그렇게 흘러갈 인생에 대해서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며 인생의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는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의 청춘기를 그렸지만 실제의 삶에선 그 이후의 인생 이야기가 더 아름답게 펼쳐질 수 있다.


영화는 장면마다 감각적으로 완벽하다. 시작 장면뿐만 아니라 사랑이 싹트는 장면, 특히 엇박자로 상대를 향해 돌아보는 장면, 우주에서의 춤 장면 그리고 재즈로 표현한 상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오랫동안 머리에 남을 것 같다. 때로는 관객의 감각보다 낮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이런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왔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는데, 모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앓은 영화를 봤다. 어느 분야에 있는 사람에게 든 영감을 불러일으켜 주고, 현대적 감각을 올려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주변에 있는 맥도널드로 이동하여 아들과 영화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아들이 물었다. “아빠의 라라랜드는 뭐예요?” 아빠가 꿈꾸는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질문이 너무 진부하다고 대답을 피했다. 나의 라라랜드는 사랑하는 가족과 영화 보고 햄버거 먹으면서 영화 얘기, 인생 얘기하는 것이다.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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