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가끔씩 로또를 산다. 만 원어치 로또를 사서, 큰 희망을 품는 심리는 이해하지만 나는 반대다.
극단적으로 낮은 로또 당첨 확률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로또를 계속 사다 보면, 지금껏 로또 당첨이 없었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올라갔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실제 확률은 그대로다. 물론 매주 당첨자가 나오고 있다. 그런 현상은 누구나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지금껏 들어간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아무튼 확률이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나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토요일 오후에 아내가 갑자기 제안을 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가자면서, 나가는 김에 로또를 사러 가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 가까운 곳으로 갈까? 조금 멀지만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곳으로 갈까?" 했다. 나는 즉각 반응했다. "어디든 다 똑같지. 뭐 하러 멀리까지 가? 그냥 가까운 곳으로 가자."라고 했다.
만일 아내가 "오늘 토요일인데 로또를 살까? 귀찮은데 사지 말까?"라고 말했으면, 나는 분명히 "로또는 무슨, 가능성 없는 일 하지 마."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평소 로또 구입을 절대 반대하는 나는 엉겁결에 아내의 프레임 전략에 당했다.
사실 이런 프레임 전략은 내가 종종 쓰는 전략이다. 지금은 아예 끊었지만 한참 술을 즐겨할 때 일이다. 밤늦게 아내에게 말했다. "기분도 그런데, 술 한잔하고 잘까? 그냥 잘까?" 하면 아내는 "술은 무슨 술이야? 그냥 자."라고 한다. 그런데 다르게 말하면 반응이 달라진다. "기분도 꿀꿀한데 맥주를 마시고 잘까? 소주를 마실까?" 하면 아내는 "소주는 무슨, 맥주나 한잔 하고 자."라고 한다.그럼 당초 먹으려 했던 맥주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계속 코끼리를 생각하게되듯,어떴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프레임 전략은 선택지 안에서 생각하도록 프레임 안에 가둬두는 심리술이다. 이 방법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질문 의도가 불순하면 상대를 속이는 일이될 수 있다.
상대의 작전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면, 기분이 거시기하다. 아무튼 나는 정기적인 로또 구매를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