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엄마는 기억력이 더 안 좋아지셨다. "어떻게 지냈어요?"라고 물으면, "몰라."하신다. "누가 제일 보고 싶어요?"라고 물으면, 또 "몰라." 하신다. "뭐 먹고 싶어요?" 해도 '몰라.'하신다.
"오늘 엄마가 한 말 중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 뭐예요?"
"몰라."
"딩동댕, 정답입니다."
내 딴에 머리를 썼는데, 엄마는 무표정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82.7세이다. 1970년에는 62.3세였으니까 크게 증가했다. 오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망은 이루어졌지만, 수명이 늘어난 것이 좋지 않은 면도 많다. 그중 하나가 치매다. 나이를 먹을수록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65세는 10%이고, 5년마다 2배씩 늘어난다고 한다. 70세는 20%, 75세는 40%가 된다. 나이 든 사람에게 치매는 누군가의 얘기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젊은 치매(초로기 치매)는 8.97%로 보고 되고 있고, 증가하는 추세이다.
치매란 한마디로 뇌 세포가 부분적으로 손상되어 기억하기, 말하기, 판단하기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병이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발생하며 퇴행성 뇌 손상으로 생기는 알츠하이머병, 즉 노인성 치매가 60% 이상이고,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혈관성 치매는 20~30%이다. 그 외 원인도 있다.
치매로 인한 증상은 다양하다. 처음에는 단기 기억 저하로 시작되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서서히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고, 점차 장기 기억도 저하된다. 기억 저하는 계산능력, 공간능력, 판단력의 저하로 나타난다. 기억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망상, 무기력, 우울증, 요실금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혈관성 치매는 급격한 인지기능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2024년 알츠하이머학학회 국제콘퍼런스 발표에 따르면 치매를 유발하는 요인은 청각 손실 9%, 낮은 교육 수준 8%, 흡연 5%, 우울증 치료 지연 4%, 육체 활동 부족 3%, 사회적 고립 2%, 고혈압 2%, 비만 1%이다. 이상 35%는 개인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는 요인이고, 나머지 65%는 유전 등 통제 가능하지 않은 요인이다.
사실상 운동, 금연 등 건강을 위한 모든 노력은 모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할 것이다. 다만 치매 증상이 의심이 되면 정밀 검사를 받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을 통해 에너지를 잘 쓰면 치매 역시 극복이 가능한 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정확한 대응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치매를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자신이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주변에 치매 환자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므로 치매 환자를 돌보거나 대응하는 방법은 시대 지식이다. 가까운 사람이 치매 판정을 받게 되면 우선 가까운 파출소에 가서 지문을 등록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장기요양등급에 따라 방문요양,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등 국가에서 지원하는 요양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 의사소통에 불편이 생긴다. 대화가 잘 안 되고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게 되면 짜증이 날 수 있다. 하지만 환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며, 그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인지 기능은 저하되어도감정은 그대로라고 한다. 그러므로 대면을 할 때는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고, 손을 잡는 등 따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잠시 후에 그 기억이 없어진다 해도 지금 좋은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지못하는 삶에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있지만, 철학자 칸트의 말대로 인간은 존재가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은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인간 세상의가치이다. 그럼에도 치매 환자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는 개인이 처한상황을 바탕으로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 과거와 다른 세상을 살면서 과거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것은 맞지 않다.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도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면 놀라기도 하고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일이든 예상을 하면 크게 놀라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원치 않지만 나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지혜다. 내일 일은 누구도 모른다. 그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