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길동 Nov 01. 2018

티코는 잘못이 없다.


오래전  일이다. 우리나라 초소영 자동차 티코가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었다. 티코 운전자는 차량 최고 속력인 시속 140km로 달렸다. 다른 차들이 시속 200km 이상을 달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시속 150km까지 속도를 올렸다. 문제가 없자, '어라, 관찮네.' 하며 속도를 시속 160km까지 올렸다. 그러자 차가 덜덜 떨리다가 멈춰 버렸다.

외국 고속도로에서 갑작스럽게 생긴 일에 당황한 티코 운전자는 어찌할 바를 몰라 동동 발을 구르고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고 막연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만에 한대가 섰다. 벤츠 600 였다. 당시로서는 최고급 사양이었다. 차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운전자도 좋은 사람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차에 있는 견인 장비를 이용해 가까운 곳까지 이끌어 주기로 했다. 고마운 마음에 티코 운전자는 벤츠 운전자에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출발 직전에 벤츠 운전자는 견인하는 상황이지만 아우토반을 달리다 보면 속도를 낼 수도 있는데, 혹 차에 무리가 된다고 생각하면 경적을 울리거나 하이빔으로 신호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출발 후에  순조롭게 잘 달리고 있었다. 이때 이탈리아의 명품 스포츠카 빨간색 페라리가 엄청난 속도로 질주해 오더니, 벤츠 600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었다. 평소 차분했던 벤츠 운전사가 순간 하게 되었고, '좋아. 한 번 해보자는 거지!' 하며 페라리와 속도 경쟁을 시작했다.


며칠 후. 아우토반에는 티코가 쫙 깔렸다. 어느 독일 기자가 그 모습에 깜짝 놀라, 그중 한 명의 티코 운전자인터뷰를 했다. ''왜 이 작은 차가 이렇게 많이 달리고 있는 것입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티코 운전자는 대답했다. "며칠 전에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었는데 페라리와 벤츠가 엄청난 속도로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에 어떤 작은 차가 바짝 따라붙으면서 크랙슨을 빵빵 거리고  하이빔을 반짝반짝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차를 샀습니다."



속도 무제한의 변화 시대에 전체를 보지 못하고, 얼핏 부분만 보아 판단하고, 갈등하면서 코끼리 다리 만지는 장님처럼 사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티코는 잘못이 없다. 상황 파악 잘 못하고 엉뚱한 선택을 한 내가, 우리가 잘 못한 것이다.  셀프 판사봉으로 땅땅땅!

작가의 이전글 내가 만일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