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는 나비〉

〈아무래도 늦은 것 같아〉

by 오은영


〈놀라는 나비〉

양쪽에서 불어오는 사나운 물길이

나비를 덮치려고 해


잠에서 이제 일어난 나비는 놀라서

두리번거리고


조각난 천들이

어서 달려오지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아


〈아무래도 늦은 것 같아〉


이 시는 연약한 존재가 갑작스러운 위험과 마주하고, 주변의 도움조차 제때 닿지 못하는 순간을 그린 작품입니다.


시는 물결이 나비를 향해 덮치는 장

면으로 시작합니다. 사나운 물결은 나비를 압박하는 존재이지요. 물속을 날 수없는 나비에게 양쪽에서 밀려오는 물결은 회피할 틈 없이 조여 오는 상황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나비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한 갑작스러운 위험이기에, 상황을 이해할 여유조차 없어요.


그때 조각난 천들이 나비를 지키려 달려옵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조각난 상태이기 때문에 온전히 나비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처럼 보입니다.


마지막 구절 ‘아무래도 늦은 것 같아’는 그들의 도움이 닿기 전에 이미 위기가 닥쳤다는 체념과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짧지만 감정선이 급격히 꺾이며 시는 무겁게 마무리됩니다.


나비의 위태로운 순간, 조각난 천들의 불완전한 구원,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느낌이 겹쳐지며 섬세하면서도 슬픈 정서가 깊게 드러납니다.


결국 이 시는 도움이 필요하지만 도움받기 어려운 순간을 도우려 하지만 완전하지 못한 존재들의 안타까움을 함께 보여줍니다. 연약한 나비와 조각난 천들이 만들어내는 이 대비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어본 불안과 무력함을 떠올리게 하며 잔잔한 슬픔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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