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용기》
《이제는 떠나요》
손의 어루만짐을 통해
물번짐 속에서 태어나
물흐름 안에서 살다가
이제는 떨어져 나가야 할 때임을
당연히 알고 있어요
나에게 포근했던
물들을 뒤로하고
나에게 상냥하지 않은 세상으로
거침없는 한 발자국
《떠나는 용기》
이 시는 ‘물’이라는 이미지로 인생의 시작과 독립까지의 과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손의 어루만짐을 통해”로 시작하는 이 시의 첫 구절에서 ‘손’은 창조자(또는 보호자)를 의미합니다. 이 문장에서 화자는 누군가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태어나 따뜻하게 생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물번짐 속에서 태어나 물흐름 안에서 살다가’ 이 부분은 화자가 부드럽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자라왔음을 드러냅니다. 어떠한 형태도 거부하지 않는 물이라는 존재 속에서 화자는 행복한 시절을 보내게 되지요.
하지만 이어지는 “이제는 떨어져 나가야 할 때임을 당연히 알고 있어요.”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는 독립의 시기가 다다랐음을 알고 있습니다. 물도 누군가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흐름을 바꾸듯, 화자 또한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떠나야 하는 때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화자에게 지나온 시절은 “나에게 포근했던 물들을 뒤로 하고”로 기억됩니다. 그 공간은 편안했지만 더 머무를 수 없게 되었지요.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를 해주던 따뜻한 장소와의 이별은 늘 아쉽지만, 성장은 늘 그렇듯 방향을 바꾸는 순간에 피어납니다.
화자는 이제 물속을 지나 거칠고 낯선 현실의 세상으로 갑니다. “나에게 상냥하지 않은 세상으로”라는 구절에서 그 현실을 잘 깨닫고 있음을 보여주지요. 세상은 결코 부드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화자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떠나야 할 시기가 되었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거침없는 한 발자국’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앞으로의 방향을 잘 보여줍니다. 화자는 더 이상 물의 흐름에만 머무르는 수동적이고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성숙된 자아를 지니고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습니다. 거침없는 한 발자국은 작지만 단단한 출발이며 그 자체로 성장과 독립을 의미합니다.
포근한 곳을 뒤로하고 떠나는 용기
친절하지 않은 세계를 마주하는 단단함
흐름에서 벗어나 스스로 길을 만드는 의지
그리고 물속에서 태어나 물에 길러졌던 ‘나’는 이제 세상을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