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입
거품 속 피아노가
점점 깨끗해져 가
마침내 피아노가 깨끗해지길
기대한 커다란 입들이
달려들어 와
삼켜 볼까? 꿀꺽
이 시는 정성으로 깨끗해진 존재를 기다리던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입니다.
“거품 속 피아노가 점점 깨끗해져 가”
피아노는 거품 속에서 깨끗하게 씻겨지고 있습니다. 피아노는 손가락 끝으로 누구든지 소리를 낼 수 있는 예쁜 존재이지요. 그러한 피아노를 깨끗하게 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지는 대상으로 비칩니다.
“마침내 피아노가 깨끗해지길 기대한 커다란 입들이”
깨끗해져 가는 피아노 아래에는 다른 속내를 지닌 커다란 입들이 있지요. 그들은 기다림의 목적이 유창한 연주의 감상이 아닙니다. 높게 평가하는 맑음, 순수함을 차지하려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달려들어 와 삼켜 볼까? 꿀꺽”
마침내 커다란 입의 인내는 끝나고, 욕망이 행동으로 바뀌게 됩니다. 커다란 입은 질문했지만 사실 질문이 아닙니다. 이미 가지겠다는 결론을 말했을 뿐.
이 시는 귀중한 존재의 돌봄과 기다림이 반드시 귀중한 존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깨끗해진 피아노는 보호의 대상에서 소비의 대상으로 바뀌고, 화자는 그 장면을 가볍게 표현하려 하나 욕망의 잔혹함을 날카롭게 드러납니다.
에필로그
사실은, 애초에 무엇이 귀중하고 무엇이 귀중하지 않은 존재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 사물, 식물, 동물.... 그 모든 것들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각자의 환경에서 나름대로 귀히 자라나지만, 살아가다 보니 저도 꼭 그렇게 대접받지 못했던 일들도 꽤나, 퍽, 자주 있었으니 말이지요.
매 순간 위협과 불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움도 늘 따라붙어 결국 지나갈 뿐이었죠. 그러니 혹여,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도 유머를 잃어버리지 말고 꿋꿋하게 일어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