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울 수 없네?
시들어가고 있어
머리가 너무 커져 버려서
자물쇠 사이로 빠질 수 없고
발이 너무 커서
자물쇠 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없어
생각해 보니 손도 없으니
열쇠가 있어도 풀 수가 없네?
옆에 있는 열쇠가
너무 얄미워
이 시는 자신의 조건으로 인해 갇힌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느끼는 존재의 좌절과 아이러니를 담은 작품입니다.
“시들어가고 있어”
꽃은 이미 시들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간 꽃이 겪었을 시간과, 고통의 압박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머리가 너무 커져 버려서
자물쇠 사이로 빠질 수 없고”
조금 덜 자란 상태였으면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요. 처음에는 쉽게 넣고 쉽게 풀던 자물쇠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발이 너무 커서
자물쇠 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없어”
머리를 뺄 수없다면 발을, 하지만 발 또한 함께 커져버린 탓에 마찬가지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손도 없으니
열쇠가 있어도 풀 수가 없네?”
그러나, 해결책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말이죠. 하지만 그것을 사용할 아주 최소한의 능력조차도 없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무력감이 밀려옵니다.
“옆에 있는 열쇠가 너무 얄미워”
이 상황을 풀어줄 유일한 희망이 오히려 조롱 같은 건, 그저 꽃의 기분 탓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구속하는 자물쇠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열쇠가 함께 있어 비아냥으로 느껴집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함께 있었겠지요.
이 시는 갇힘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습니다. 화자는 커진 머리, 커진 발, 없는 손을 하나씩 살펴보며 탈출이 불가능함을 인식하고, 좌절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 될 열쇠는 되려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더 분명히 하는 존재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