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지
거미야, 여기에 있었니
여기에 살고 있었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지
이 시는 이미 살아있지 않은 존재를 너무 늦게 알아차렸을 때, 그 찰나의 당혹과 침묵의 순간을 담은 작품입니다.
“거미야, 여기에 있었니”
화자는 거미를 발견합니다. 아마도 이전부터 계속 찾고 있는 것 같지요. 거미를 부르는 말투에는 놀람과 미안함이 느껴집니다.
“여기에 살고 있었니”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봅니다. 여기에 있었냐고. 얼마나 있었는지 시간의 축적을 물어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화자는 거미에 대해 관심과 대화의 의지가 있었습니다 왜인지 이 구절에서 이미 늦었음을 짐작하게 되죠.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지”
화자가 찾던 거미는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화자가 거미에게 던진 질문은 허무하도록 공중에 날려집니다.
커다란 비극을 남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없어짐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을 때 남는 죄책감과 공허함을 애써 작게 만들어 보여주고 있지요.
결국 화자의 질문은 상대에게 닿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멈춘 존재와 말해지지 못한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