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게
펼쳐 봐,
종이 속 세상이 있어
종이가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걸 책이라고 하지
느긋히, 여유롭게, 그렇게 읽어 봐
친해지는 거야 그리고
조바심을 내며, 잃어버리면 어쩌나
그렇게 읽어 봐 사라지지 않게
이 시는 책과 글자를 대하는 두 가지 태도에 대해 표현한 작품입니다. 천천히 다가가며 글과 친해지는 것과 읽었던 것들을 잃어버릴까 조바심을 내는 마음 모두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책에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은 그 속을 통해 바라보는 목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펼쳐 봐, 종이 속 세상이 있어”
책은 종이뭉치로 보입니다. 때로는 누군가가 펼쳐주기를 기다리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하나, 누군가가 읽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면 책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을 보여줍니다.
“종이가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걸 책이라고 하지”
시간과 마음이 종이 위에 쌓이면 책이 됩니다. 오랜 시간 쌓인 종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종이도 있습니다.
“느긋히, 여유롭게, 그렇게 읽어 봐
친해지는 거야 그리고”
책을 여는 누군가의 마음이 서두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빠른 속도보다 관계를 맺기를 넌지시 전달하지요. 그렇게 읽기 시작한다면 다음 방법으로 시선을 전환합니다.
“조바심을 내며, 잃어버리면 어쩌나
그렇게 읽어 봐 사라지지 않게”
글을 하나하나 놓칠까 두려운 마음으로 읽어보라고 합니다. 책은 자신을 열어준 누군가가 자신을 닫으면 기억에서 잊히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책 속의 글자와 그림이 쥐어주는 기억을 오래도록 지키려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글을 맞이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은, 저마다 모두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정답 같은 읽기 방법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생각을 녹여보았습니다. 누군가는 천천히 읽고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 속 세계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