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남과 저물음》

《호기심과 무례함》

by 오은영


《피어남과 저물음》

너는 피어났니?
아니면 저물고 있는 거니?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은 눈동자가
오늘도 여전히 아픈 말을 해

꽃은 이렇게 말하지
“나는 피어 있기도 하고, 저물기도 해.”

그런데 너는 아프다고 하지 않았니?
너의 눈동자는 어떠니?

그러자 눈동자가 조금 화를 내

“그러니 조금은 참지 그랬어.”

《호기심과 무례함》

“너는 피어났니? 아니면 저물고 있는 거니?”라는 질문으로 시는 시작합니다. 이 질문은 꽃이 실제로 피어난 상태인지, 혹은 저물고 있는지 묻는 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겉모습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꽃의 내면적 상태까지 함께 겨냥하고 있어 중의적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질문이 호의적이거나 따뜻한 태도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곧 알 수 있습니다. “관심이 많은 눈동자가 오늘도 여전히 아픈 말을 해.” 눈동자의 관심이 많다는 것은 타인과 주변을 필요 이상으로 들여다보는 성향이라는 관찰과 간섭 사이의 모호한 시선을 암시합니다.

이에 꽃은 조용히 답합니다. “나는 피어 있기도 하고, 저물기도 해.” 꽃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습니다. 피어 있는 부분도 있고, 저물어가는 부분도 있으며 그 둘은 모순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임을 말하는 것이죠. 꽃은 눈동자의 다소 무례한 궁금증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듯 담담히 받아칩니다.

그리고 꽃은 질문을 되돌립니다. “그런데 너는 아프다고 하지 않았니? 너의 눈동자는 어떠니?” 꽃은 자신보다 눈동자 속에 비친 마음의 표정을 읽어냅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눈동자 또한 아픔을 품고 있으며 동시에 이 질문은 눈동자가 꽃에게 던졌던 무례함을 정확히 짚어내는 날카로운 문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존재가 등장합니다. “그러니 조금은 참지 그랬어.” 이 말은 꽃도, 눈동자도 하지 않은 말입니다. 이 둘의 관계를 조용히 지켜보던 또 다른 누군가가 누가 먼저 상처를 내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에 한마디 코멘트처럼 던지는 구절이지요. 관계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제삼자조차 무례함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시 속에서 벌어진 조그마한 실랑이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크고 작은 충돌로 반복됩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해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고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지요. 시 속의 눈동자도 그러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런 실랑이가 있었다고 해서 우리가 크게 상처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꽃처럼 고고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결국은 저마다의 시기와 속도로 다시 피어나는 순간은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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