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각》
《향기가 가득해》
병이 향을 담아왔지
검은색, 흰색을 채워서 말이야
그리고 채워진 병에게
리본을 달아주었지
그리고 비에 젖지 않게
우산도 주었어
그리고 이렇게 속삭여
"너는 나의 소중한 것이니
소중히 있으렴"
《나의 조각》
주로 무언가를 담아내는 데 병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시 속의 병에는 ‘향’이 담겨 있지요. 형태가 있는 병과 달리 향은 형태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병이 담아온 향은 기억·감정·추억처럼 형태는 없지만 마음속에 분명히 남아 있는 것들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병은 ‘검은색과 흰색을 채워서’ 왔어요. 향도 처음에는 달콤하지만, 마지막에는 잔향이 남거나 강렬하다가도 씁쓸하게 끝맺음되기도 하지요. 마찬가지로 병 속의 흰색은 기쁜 기억이고, 검은색은 아픈 기억을 상징합니다. 즉, 밝은 마음과 어두운 마음이 구분 없이 하나의 병 속에 함께 들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다음 화자는 채워진 병에게 리본을 달아줍니다. 이는 병 속에 담긴 감정들을 귀하게 다루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소중히 두고 싶은 마음, 오래 바라보고 싶은 감정, 고되었지만 돌아보면 추억이 되어버린 경험들까지 리본은 그 모든 마음에 붙여진 소중함의 표식입니다.
“비에 젖지 않게 우산도 주었어.”라는 구절에서 화자는 병 속에 담긴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리본과 함께 우산까지 씌워 줍니다. 비에 젖으면 춥고 아플까 염려하는 마음에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단단한 태도가 느껴집니다.
마지막 구절은 마치 화자가 병에게 속삭이듯 들립니다. “너는 나의 소중한 것이니 소중히 있으렴.” 여기서 ‘병’은 기억의 그릇을 너머 소중한 기억과 동시에 상처를 품은 ‘나 자신’을 상징합니다. 즉, 병 속에는 화자의 인생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리본과 우산은 그 인생을 잃지 않기 위해 붙여 둔 작은 장치입니다.
“나는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스스로 지키고 있어. 지나온 시간도, 상처도, 사랑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