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거대하지만

사실 모든 게 처음이야

by 오은영


땅으로 눈을 돌리지
산을 큰 눈으로 보는 거야

솟아 있는 저건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아주 거대하지만
사실 모든 게 처음이야

땅도, 산들도, 별들도
모두 말이야


이 시는 세상의 모습을 처음 보는 존재의 관점에서 낯설고 새롭게 느끼는 순간을 담은 작품입니다.

“땅으로 눈을 돌리지 산을 큰 눈으로 보는 거야”

시선은 땅, 그리고 하늘에서 보기에는 땅보다 조금 높은 산을 바라봅니다. 화자는 세상의 모습을 넓게 보려고 합니다.

“솟아 있는 저건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산에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산속의 나무도, 꽃도, 동물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내는 소리조차도.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 모든 것 또한 가까워지지만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왜냐하면 화자는 방금 태어났으니까요. 아직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것들이 가득합니다.

“아주 거대하지만 사실 모든 게 처음이야”

화자의 모습은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 크기가 클 뿐, 어쩌면 궁금한 것이 많은 아기 와도 같습니다. 화자에게는 그저 모든 것이 처음입니다.

“땅도, 산들도, 별들도 모두 말이야”

세계 전체가 새로 태어난 듯한 감각. 하지만
정작 방금 태어난 것은 세계가 아니라 화자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화자는 모든 것이 낯선채 시는 마무리가 됩니다.

거대한 존재가 거대한 세상을 봅니다. 화자는 세상의 이름도 의미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모름은 불안보다는 호기심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작지만 거대한 가능성을 품은 화자는 감각으로, 언어로 더듬어나갑니다
그렇게 세상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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