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보고 있어
작은 구멍 하나에 들리는
집 소리, 자는 소리, 기어가는 소리
심지어 불이 켜지는
소리마저도 들리지
누군가가 사는 것 같아서
고개를 내밀어 보는 거인은
들어갈 수 없어
바라만 보고 있어
이 시는 작은 세계를 엿듣고 바라는 커다란 존재가 느끼는 호기심과 거리감을 담은 작품입니다. 커다란 몸 때문에 그저 호기심만을 품은 채 남겨진 이의 옆모습은 외로워 보입니다.
“작은 구멍 하나에 들리는
집 소리, 자는 소리, 기어가는 소리”
우연히 발견한 작은 틈 하나에 흔적이 들립니다. 마치 작은 사람이 사는 것만 같아요. 아주 사소한 소리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심지어 불이 켜지는 소리마저도 들리지”
불이 켜지는 소리, 어둠을 밝히려 초를 켜는 찰나의 작은 소리마저 듣는 거인이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사는 것 같아서
고개를 내밀어 보는 거인은”
거인은 몸만 커다란 것일 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와 같습니다. 거인은 이내 무엇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들어갈 수 없어 바라만 보고 있어”
하지만 거인은 소리가 들리는 그곳에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커다란 몸이 장벽이 되어버렸지요.
작은 구멍을 통해 따뜻한 세계를 들려주지만, 거인은 안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큰 거리감을 느끼지요.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거인에게 어울리는 세상이 있는지는 모르는 채 시는 마무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