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모양만

화려해졌을 뿐이야

by 오은영



이어 붙여서 만든 머리카락에
종이조각을 하나씩 꽂아

옆으로 흐르는 모양이
제법 머리 같지

하지만 큰 눈과 큰 귀는
아직 비어 있어서

머리 모양만
화려해졌을 뿐이야


이 시는 겉모습을 꾸미는 일은 쉽게 완성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쉽게 채워지지 않음에 대한 고민을 다룬작품입니다.

“이어 붙여서 만든 머리카락에

종이조각을 하나씩 꽂아”

이어 붙여 만든 머리카락에 종이조각을 꽂으며 머리를 단장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제법 풍성하고, 만족스러워 보이지요.

“옆으로 흐르는 모양이 제법 머리 같지”

머리모양을 만들고 나서 보니 꽤나 그럴듯합니다.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이는 것까지 말이죠.

“하지만 큰 눈과 큰 귀는 아직 비어 있어서”

완성된 풍성한 머리와 달리 눈과 귀가 아직 없습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상태.

“머리 모양만 화려해졌을 뿐이야”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것이 전부입니다.
이제 화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시는 머리를 꾸미는 과정을 통해 외형과 본질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비교적 쉽게, 이 머리를 화려하게 만들지만, 화자는 세상을 보는 눈과 세상을 듣는 귀는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보고 들을 수 없지요. 자신의 아름다운 머리를 보는 누군가도, 머리를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겉모습만이 남아있지요. 화자는 고민을 할까요? 포기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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