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곳으로 가라고 알려 주지

운명이 시작되는 곳으로 어서 떠나라고

by 오은영


희미한 빛을 내는
가면 앞에

거만하게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저곳으로 가라고
알려 주지

운명이 시작되는 곳으로
어서 떠나라고


이 시는 희미하게 빛나는 존재가 나타나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며, 화자를 운명이 시작되는 곳으로 떠나게 하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희미한 빛을 내는 가면 앞에”

얼굴의 형상을 하고 있는 무언가가 나타납니다. 그는 살아있는 인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는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어 신비롭고 낯설게 다가옵니다.

“거만하게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손가락은 어떠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런 모습은 다소 거만하게 느껴지지요. 신비로운 존재가 알려주는 방향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저 태도. 존재 자체가 권위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곳으로 가라고 알려 주지
운명이 시작되는 곳으로 어서 떠나라고”

가면은 길을 알려 줍니다. 하지만 그것은 부탁이 아니라 지시처럼 느껴지지요. 하지만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화자는 신비로운 가면을 만나고 나서 직감했습니다. 운명이 있는 곳으로 떠나야겠다고. 변화는 이제 방금 시작되었고, 화자는 그곳으로 떠나려 합니다.

이 시는 희미하게 빛나는 가면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며 운명의 타이밍을 잡고 떠나게 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가면처럼 운명을 잡을 기회와 길을 알려 주는 역할은 우연히 들은 타인의 말 일수도, 혹은 자신이 스스로 찾은 길 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운명이 시작되는 곳으로 떠나 기로 합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길을 가려하거든, 항상 그 선택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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