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은 살 수 있을 거라고
이 고성도 말이야
조금 뒤면, 잠시 뒤면
이 소리도 없어지고
무뎌지다가
저항도 없이
조용히 사라질 거야
그리고 생각하겠지
나만은 살 수 있을 거라고
이 시는 강하게 울리는 소리도 결국 사라지고, 그 속에서 자신만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 암울한 착각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고성도 말이야 조금 뒤면, 잠시 뒤면”
크게 외치는 소리, 아주 크게 들릴 소리. 하지만 화자는 그것을 오래 할 수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또 지릅니다.
“이 소리도 없어지고 무뎌지다가 저항도 없이”
처음의 강렬한 기세와 소리도 시간이 지나자 점점 약해집니다. 영원히 소리를 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화자는 무뎌지고, 저항도 옅어지다가 조금씩 소리는 힘을 잃어 갑니다.
“조용히 사라질 거야 그리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화자의 고통 섞인 외침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떠한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나만은 살 수 있을 거라고”
지고지순한 저 착각.
행복한 상황이었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고성을 지르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모두가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자신만은 살아남는 선택받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는 크게 외치는 누군가의 강렬한 존재감이 시간이 지나며 결국 변하지 않는 상황에 굴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처음의 기세는 어디로 흩어졌는지 화자는 시간이 지나며 무뎌지고, 오히려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만 하는 가장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사라지는 것은 한 존재의 외침과 이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능동적인 태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착각과 자기 확신만이 남은 채 독백은 마무리가 됩니다.